한국일보

“도로가 무섭다”… 한인타운 보행자 안전 ‘아찔’

2025-04-29 (화)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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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보행자 사망·부상 사고 실태
▶ 난폭운전·과속·뺑소니 등

▶ 보행자 피해 사고 급증
▶ LA 최다 빈발 지역 4위
▶ 200여건 중 13명 사망

“도로가 무섭다”… 한인타운 보행자 안전 ‘아찔’

LA 한인타운 웨스턴길에 설치됐던 ‘안전한 도로’ 발의안 홍보 빌보드. 한인타운에서 발생해 온 치명적 보행자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상혁 기자]

LA 한인타운에서 난폭운전, 과속, 뺑소니 등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고가 LA 전역의 총 114개 지역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한인 주민 및 상권 밀집지 한인타운의 교통안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보행자 사망·부상 사고 소식에 한인타운 주민들은“신호등을 지키며 길을 건너는 것도 무서울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통계 분석 사이트 크로스타운이 LAPD 트래픽 디비전 컴스탯(Compstat)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인타운은 LA에서 보행자 사고가 빈번한 지역 중 하나로 지목됐다. 분석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3월7일까지 한인타운에서는 총 209건의 보행자 충돌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13명이 숨졌다. 주민 수 대비 사고 비율을 따져보면, 한인타운은 LA 114개 지역 가운데 네 번째로 사고율이 높았다. 또 2024년 한 해 동안만 한인타운에서는 구급차 출동 이상의 심각한 차량-보행자 충돌 사고가 61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LAPD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12일 기준 LA 한인타운에서 발생한 보행자 차량 사고(부상)는 9건으로, 2024년 같은 기간의 5건에 비해 80% 증가했다. 사망 사고 역시 올해 3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한 건도 없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의 피해도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말, 70대 한인 노인이 아침 산책을 나섰다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11월 말에는 한인타운 중심부에서 80대 한인이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도로에 방치된 채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당시 80대 피해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LA 한인타운 내 시니어센터를 도보로 이용하는 박모 할머니는 “요즘 한인타운에서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 길 건너기가 무섭다”며 “나이가 들어 걸음이 느려 차를 피해 도로를 건너야 하는 일이 매일 전쟁 같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LA 한인타운 내 중범죄 뺑소니 사고 건수 역시 2024년 같은 기간 대비 16%, 2023년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보행자 사고뿐 아니라 전반적인 도로 환경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LA 전체에서도 나타났다. 크로스타운 분석에 따르면, LA의 보행자 사망 사고는 10년 전과 비교해 92%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차량 충돌로 185명이, 지난해에는 169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4년 4월 12일까지는 벌써 39명이 차량-보행자 충돌로 사망했다.

특이할 점은 심각한 차량-보행자 충돌 사고 건수 자체는 2021년 1,611건에서 2023년 1,677건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비율은 23% 증가했다는 것이다. 크로스타운은 이와 관련해 대형 SUV 차량의 증가, 운전자의 스마트폰 사용, 그리고 수십 년간 방치된 도로 인프라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도로 폭이 좁고, 횡단보도 표식이 희미하거나,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며, 한인타운 역시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크로스타운은 전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를 목표로 2015년부터 추진된 ‘비전 제로(Vision Zero)’의 실패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공개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수립된 개선 조치의 절반 이상이 완료되지 않았고, 경찰과 시 교통국 간 협력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 예방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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