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정숙의 문화살롱

2025-03-25 (화) 08:18:02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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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인디언 뮤지엄- 워싱턴 DC

▶ ‘아메리칸 인디언의 역사와 삶’

●도정숙의 문화살롱
미국 연방의사당 앞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은 내셔널 몰에서 가장 독특한 건물이다. 설계는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캐나다 건축가 더글라스 카디날이 했다. 건물 외벽은 수천 년에 걸쳐 바람과 물의 영향을 받은 암석을 닮은 석회암 재료를 사용했다. 직선이 거의 없는 곡선 구조의 건물 내외부와 입구를 동쪽으로 만든 것 등 세부적인 디자인은 인디언 핏줄인 다른 건축가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박물관 부지에 있는 미국 원주민 재향 군인 기념관은 미국 인디언, 알래스카 원주민 및 군 복무를 한 하와이 원주민의 공헌에 초점을 맞춘 워싱턴 DC 최초의 국가 랜드 마크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면 실내면적의 절반이 원형의 꼭대기 지붕까지 뚫려있다. 아메리칸 인디언, 알래스카 원주민, 하와이 원주민 부족 및 지역 사회와 함께 협의하여 설계된 박물관은 방문자에게 원주민에 대한 보다 풍부한 이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의 정보를 준다.

박물관의 소장품은 80여만 점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있던 12,000개 이상의 토착 문화에 걸친 것이다. 이 유물들은 조지 구스타브 헤이(1874-1957)에 의해 수집되었다. 대상은 미학적인 것에서 종교와 역사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의 포괄적인 카탈로그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그동안 인류학자들은 연구를 목적으로 미국 인디언의 유물들을 약탈해 갔다. 이에 미국 인디언 사회는 유물 반환을 지속적으로 미 정부에 요구해 왔다. 그들이 끈질기게 반환을 요구한 이유는 그들에게 이 유물들은 살아 있는 숭배 대상이면서 재앙으로부터 그들의 삶을 보호해 주는 신성한 물건들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끈질긴 요구가 관철되는 순간 미국 인디언 사회로부터 환영과 감격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디언 박물관은 1989년 미국 법령으로 설립되었다가 토착민들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수집, 연구, 전시, 교육하는 기관으로서 2004년 16번째 스미소니언 산하 박물관으로 편입 되었다.

박물관 수장고는 단순히 유물 소장의 공간을 넘어 전시 공간에서 보여줄 수 없는 유물들을 설명 해석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열린 수장고를 통해 일반인들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고 인디언 문화를 이해하고 갈등과 오해를 풀어가는 상생의 의사소통 프로그램이다. 수장고에는 어마어마한 유물들이 잘 분류 관리되어 있다.

전시장을 돌면서 생각했다. 백인의 입장에서 평가된 인디안의 역사는 객관적인 듯 하나 결국 그들을 몰아내고 이 땅의 새 주인이 된 승리자들이 결론 지은 것이다.
긴 세월 살아온 터전을 뺏기고 인디언 보호구역에 살면서 많은 희로애락을 겪었지만 아픈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들만의 고유 문화를 굳건히 지켜낸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전시장 한 곳에 붙여진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신대륙 개척자들과 인디언 부족들이 처음 맺은 약속은 상호 평등이었는데 그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아쉽지만, 이제는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백인들이 그들의 과오를 아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하지 않는가?

인디언이 규정한 ‘한결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3월’을 지나 이제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4월’을 앞두고 있다. 자연 속에서 건진 시처럼 그들의 지혜와 현명한 제언이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준다. 아메리카의 주인이었던 인디언의 삶을 돌아보게 된 기회였다.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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