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외 방문 영주권자들 재입국 거부 속출

2025-07-17 (목) 12:00:00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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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국경서 잇단 구금

▶ 과거에는 문제되지 않던 사소한 경범 전과 들춰내
▶ “한인 영주권자들도 주의”

해외 방문 영주권자들 재입국 거부 속출

미 영주권자들이 국경 입국심사 과정에서 재입국이 거부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사이 국경검문소 앞에 CBP 차량이 세워져 있다. [로이터]

미 영주권자가 캐나다 등 해외를 방문했다가 미국 재입국이 금지되거나 구금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NBC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뉴햄프셔에 거주하는 캐나다 출신 영주권자인 46세 남성 크리스 랜드리가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여행을 갔다가 미국 재입국이 금지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자녀 5명을 두고 있는 랜드리는 캐나다 국적자이자 미 영주권자로 3살 때부터 뉴햄프셔주에서 거주해왔다.

캐나다로 가족여행을 떠났던 그는 지난 6일 메인주의 미국 국경 검문소에서 재입국이 거부됐다. 랜드리는 “그들은 나를 따로 불러내 과거 전과 등을 질문했고, 3시간 뒤 합법적인 영주권자임에도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재입국이 금지당하면서 ‘다시 오지마라. 그렇지 않으면 구금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입국이 금지된 그는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NBC에 따르면 랜드리는 지난 2004년에 마리화나 소지 혐의, 2007년에 운전면허 정지 상태에서 운전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집행유예 처분 및 벌금 등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범죄 기록이 없고, 그간 자주 캐나다를 여행했으나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영주권 소지는 권리가 아니다. 합법적 영주권자라도 입국심사 과정에서 이전 범죄 전과가 있는 경우 구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버몬트주에 거주하는 24세 여성 미 영주권자가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갔다가 미국에 돌아오는 길에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되는 일도 발생했다. N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콩고 태생의 미 영주권자인 에스더 응고이 테켈레가 버몬트의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다가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테켈레는 지난 4년간 버몬트주에 거주했고, 그간 여러차례 캐나다를 방문했지만 이전에는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1주일 넘게 구치소에 수감 중이지만 테켈레가 구금된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다. 변호사와 가족들은 “테켈레는 범죄 기록이 없는 영주권자임에도 구금됐다. 인종을 이유로 표적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BP는 “정책상 진행 중인 법적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는 짧은 입장만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이같이 영주권자들이 과거 해외 방문 시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경범 전과나 사소한 위반 기록 등이 빌미가 돼 국경 입국심사 과정에서 구금되거나 추방을 당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한인 영주권자들도 한국 방문이나 해외 여행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형사 기록이 있는 경우 반드시 출국 전에 이민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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