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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전선에서 싸우는 그들

2020-04-09 (목)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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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베테랑 간호사 리사 이월드가 디트로이트의 헨리 포드 병원에서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돌본 것은 3월 중순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대표적 증상인 호흡곤란이 아니었으니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그 환자가 확진자로 판명되었고 자신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을 깨달은 이월드는 병원에 검사를 요청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감염증상을 보일 때까지는 검사받을 수 없다는 병원 방침에 따라 확실한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검사를 받고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이월드가 확진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주 월요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집에서 홀로 숨진 그녀의 시신은 1일 아침 안부 확인 차 들른 동료 간호사에 의해 발견되었다. 54세 생일 사흘 전이었다.

미국에서 첫 의사 사망자가 발생한 것도 같은 날이었다. 뉴저지 주 이스트오린지 제너럴 하스피탈의 응급의사 프랭크 개브린(60)은 감염증상이 시작된 후 검사를 받을 겨를도 없이 불과 닷새 만에 숨졌다.


“환자의 생명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중에 내 자신의 생명이 희생될 수도 있다”는 응급의사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던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변변한 전투장비도 없이 최전선에 서야했던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루 10여 시간씩 근무했던 그는 의료장비 부족으로 같은 마스크를 매일 빨아가며 1주일 동안 사용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다 숨진 의사와 간호사는 100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각국의 통계를 종합한 뉴스위크의 보도다. 의료진 감염자가 약 9,000명으로 집계된 이탈리아의 사망자가 최소 66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13명, 스페인, 영국, 프랑스 5명 등의 순이다.

미국의 경우 의사 1명, 간호사 여러 명 정도로 알려졌을 뿐이다. 의료진 감염자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다. 자체 집계에 나선 US뉴스닷컴이 접촉한 50개주 보건당국 중 답변을 보내 온 10개주의 의료진 감염자는 1,119명이었다. 그러나 최다 발생 지역인 뉴욕, 뉴저지, 미시간 등이 포함되지 않아 극히 단편적 통계에 불과하다.

미 전국의 감염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니 의료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미시간 주의 경우 최대 병원그룹 두 곳의 직원 감염은 6일 현재 무려 2,2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만 해도 의료진 보호조치는 엄격했다. 최근 내과의학연보에 의하면 그땐 1명의 환자로 인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41명의 의료종사자 모두가 2주 동안 자택 격리되었었다. 그러나 감염 확산으로 인력부족이 심각해진 지금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의료진도 별 증상이 없으면 검사도 받지 못한 채 계속 일하고 있다.

의료진을 두렵게 하는 더 큰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개인 보호장비 부족이다. 뉴욕의 응급의사 캘빈 선이 코비드-19 중환자를 돌보는 12시간 근무 후 집에 돌아가 맨 먼저 하는 것은 온종일 착용했던 스키고글과 스키재킷을 세탁해 라이솔 소독제를 뿌려 말리는 일이다.

보건복지부 감사관이 46개주 323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 작성한 보고서의 의료장비 부족현황은 너무 심각해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최고 의료선진국이 맞는가를 의심케 할 정도다. 각 병원과 주정부에 더해 연방재난관리처(FEMA)까지 가세해 인공호흡기에서 마스크까지 의료자원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현장의 부족 상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1회용 마스크를 며칠 동안 재사용해야 하고, N95 마스크도 쓰지 않은 청소부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망한 환자의 병실을 청소해야 하는 병원도 있다고 지난 주말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무기도 없이 보이지도 않는 적에게 쫓기는 싸움에 기진맥진한 디트로이트의 한 간호사는 “마치 자살특공 임무를 받은 듯하다”고 말한다.

CNN에 비친 브루클린 코로나 전용병원의 응급실은 전쟁터 같았다. 40분 동안 6명의 환자가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응급처치가 끝나기 전 4명이 사망했다. 위급상황을 알리는 ‘코드 블루’ 경보가 끊임없이 울려대는 가운데 환자들은 계속 밀려들었고 시신도 논스톱으로 실려 나갔다.

미 전국곳곳의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코로나 최전선’의 의료진 상당수는 이민자들이다. 미 전체 의사 4명 중 1명이 이민자다. 한인 2~3세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캘리포니아 간호사의 3분의1, 뉴욕과 뉴저지 간호사의 29%도 이민자들이다.

감사관 보고를 맹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장비지원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현장에서 환자와 자신과 가족들의 위험을 두려워하는 의료진들의 공포는 그래서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쏟아지는 감사의 갈채에도 자신들이 “결코 영웅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들은 말한다.

“난 내 동료들이 이처럼 두려워하고 이처럼 불안해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콜럼비아 대학병원 응급의료국장 스펜서 크레이그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의사들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내가 감염되는 것은 오늘일까?”라고 묻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완전히 멈추게 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러나 속도를 줄일 수는 있다. 바이러스는 접촉 없는 사람을 감염시키지 못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지적한 그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진의 당부를 이렇게 전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제발 집에 머물러 달라. 우린 여러분들을 위해 매일 일하러 나갈 것이다.”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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