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들의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연방의회에서 수없이 상정되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수없이 무산당해 아직도 입법화되지 못한 드림법안에 대한 또 한 번의 기대다.
민주당 주도 연방하원이 이번 주 본회의에서 드리머들에게 합법적 신분을 제공하는 ‘미국의 꿈과 약속 법’에 대한 투표를 실시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암흑기가 지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민 시대에 들어선 후 첫 번째 이민법 표결이다.
‘이민’을 최우선과제의 하나로 천명해온 바이든과 민주당의 궁극적 목표는 포괄적 이민개혁이다. 그러나 1,100만 서류미비 이민자들에 대한 시민권 취득 기회를 핵심으로 하는 바이든의 포괄적 개혁안 ‘미국 시민권 법’은 이미 상하원에 상정되었지만 입법화 가능성은 희박하다.
50-50 의석구도에서 필리버스터를 막을 60표 지지가 불가능해 보이는 상원만이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3월 초 하원에서도 포괄적 개혁안의 지지표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플랜 B에 돌입한 것이다. 대규모 개혁안을 사안에 따라 소규모 별도법안으로 분리해 개별 표결 처리하려는 전략이다. 그 첫 번째가 빠르면 오늘 표결 예정인 드림법안과 ‘농장 노동력 현대화법’으로 불리는 서류미비 농장근로자들의 합법신분 신청제도 신설법안이다.
플랜 B는 민주당이 ‘면도날 차이’에 불과한 허약한 다수당의 한계에 부딪쳐 불가피하게 택한 현실적 방법이긴 하지만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나는 이 두 법안이 모두 지난 회기 하원에서 통과되었던 법안이어서 상임위의 청문회나 심의 없이 바로 본회의 표결에 회부되는 규정에 따라 속성 처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두 법안이 입법화될 경우, 포괄적 개혁안을 추진할 모멘텀을 얻게 된다. 또 지난 회기 상원에서 무산되었던 두 법안의 통과 여부는 민주당이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이민 투표 성향을 확인하는 첫 테스트가 될 것이다. 이민개혁에 대한 공화당의 지지를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초당적 협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민주당 단독 추진을 강행해야 할까…
지난주만 해도 드림법안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하원 통과는 처음부터 별 문제가 없었고, 예측이 어려운 상원에서도 모처럼 희망적 분위기가 감지되었다. 3월 초엔 민주당 딕 더빈 의원과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상원 드림법안이 재상정되었다. 이민단체들도 기대 섞인 낙관론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다.
그런데 이번 주부터 드림법안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난 것이다. 남부 국경의 중남미 미성년자 ‘나 홀로 밀입국’ 급증사태다. 세관국경보호국 시설에 구금된 미성년 밀입국자가 3주 만에 5배로 늘어 현재 4,200명을 넘어섰다. 미성년자 밀입국이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든의 인도적 이민정책이 불러온 의도치 않은 결과다.
바이든 행정부를 공격할 새 화두를 잡은 공화당은 즉각 포문을 열었다. 15일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텍사스 국경마을을 방문한 케빈 맥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는 ‘바이든 국경 위기’로 규정했고,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유독한 이민정책이 내년선거에서 상하원 주도권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정치무기화 시도를 숨기지 않았다.
정치역풍을 맞은 것은 드림법안이다. 국경사태가 정치적 관심과 미디어 조명을 빨아들이면서 낙관적 분위기가 퇴색하고 있다. 상원 드림법안 공동작성자인 그레이엄은 “밀입국 급증을 막을 때까지는 초당적 합의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민개혁을 심의할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드림법안은 당파정치의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도 되는 법안이 아니다. 스스로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수백만 젊은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다. ‘드리머’는 어릴 때 부모 따라 미국에 온 이후 미국에서 교육받고 미국에서 자란, 미국이 ‘내 나라’인 미국인이다.
드리머들은 미 사회의 부담이 아니다. 기여도 높은 귀중한 자산이다. 한인 7,000여명을 포함한 80만명 다카(불체청년 추방유예 행정명령)수혜 드리머 중 91%가 취업 중이며 매년 90억 달러의 세금을 납부한다. 팬데믹 위기에서 의료, 교육 등 필수직에 종사하는 다카 수혜자가 약 20만명이나 된다. 이들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한 인식과 보호는 선출공직자의 기본 의무다.
상원에서 단 몇 표가 부족해 드림법안이 5번째 무산되었던 2010년에 받았던 한 아버지의 편지를 기억한다. 1살 때 미국에 데리고 와 불법체류자로 만들어버린 아들 때문에 가슴 찢어지는 아버지였다. 좋은 회사에서 인턴십을 마치고 곧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의 불안한 삶을 지켜보기가 고통스러워 “흐르는 눈물을 꾹꾹 눌러가며” 살던 그 아버지의 아들도 지금은 30대가 되었을 것이다. 아직 서류미비 신분이라면 다카의 수혜자로 매일을 버티고 있을 것이다.
트럼프가 폐지하려던 다카는 이제 바이든의 행정명령으로 한층 강화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법정소송이 그 존폐를 위협한다. 드리머에게 안정된 삶의 기회를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의회에서의 입법화뿐이다. 여론의 지지율도 74%로 압도적이다.
민주당에선 코비드 부양안처럼 예산조정절차를 적용해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키려는 인프라투자 법안에 드리머 신분합법화를 포함시키자는 제안도 나왔다. 보수언론 월스트릿저널은 “싸움을 잠시 멈추고 초당적 합의가 가능한 드림법안 등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한다.
다시 한 번, 의회를 믿어보고 싶다. 이번엔 정말, 드림법안 통과에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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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