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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살고 누가 죽는가”

2020-03-26 (목)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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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증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연방정부에 인공호흡기 지원을 요청했던 뉴욕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24일 아침 턱없이 부족한 지원에 폭발했다. “FEMA(연방재해관리국)가 400개 인공호흡기를 보내겠다고 한다. 설마? 우린 3만개가 필요한데 400개 가지고 어떻게 하란 말인가. 죽을 사람 2만9,600명은 당신들이 골라라.”

호흡곤란이 악화된 코로나19 중환자들은 인공호흡기로 산소공급을 못 받으면 사망하는데 확진자 3만명을 넘긴 뉴욕이 보유한 인공호흡기는 7천개에 불과하다. 중환자 급증 상황에서 제한된 인공호흡기를 어느 환자에게 배당할 것인가는 결국 “누가 살고 누가 죽는가”를 가르는 고통스런 결정이 되고 만다.

인공호흡기와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할 경우 “누구를 살릴 것인가”는 더 이상 의료학회 토의 주제였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이미 중국과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의 현실이 될 것으로 위협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환자가 밀려들까에 대해선 몇 가지 예측이 나와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에 의하면 일반 독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경우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20만명 정도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만약 팬데믹이 1918년 스페인 독감 수준으로 악화되면 290만명이 중환자실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된다.

현재 미 전체의 병원 베드는 92만4천개(미병원협회), 중환자실 베드는 10만개(존스홉킨스대), 산소호흡기는 16만개(미병원협회)로 집계되고 있다.

CDC 최악의 시나리오인 2억1천만 감염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약 3억2,500만 인구의 5%가 감염된다면 그중 20%인 320만명이 입원할 것이고 그중 96만명은 상당기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펜실베니아 의대 이즈키엘 이마누엘 교수는 이럴 경우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의 물결에 압도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필연적으로 직면할 “누구를 우선적으로 살릴 것인가”에 대한 연방지침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주정부와 의료기관들은 각기 해묵은 지침을 꺼내 업데이트 중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비상사태에서 적용되어온 치료 우선순위 선택의 기준은 선착순이 아니다. 중환자나 노약자 우선도 아니다. 회복 가능성, 높은 생존 확률이다.

이 같은 지침이 일선에 전달된 이탈리아에선 의사들이 이미 인공호흡기 치료를 80대 고령 중환자들에 앞서 더 젊고 더 건강한 환자들에게 우선해야 하는 힘든 선택에 직면해 있다.

2011년 CDC 윤리위원회가 생명윤리학자·법률가·종교지도자들까지 포함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작성한 보고서는 “심각한 팬데믹 상황에선 가장 아픈 환자를 최우선 치료하는 원칙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에게 부족한 자원이 사용될 수 있어서다. 의료자원 부족이 악화되면 우선순위는 회복 가능한 환자들에게 주어진다”고 명기하고 있다.

치료 없이도 회복가능, 소생 가망 없음, 치료하면 회복 등으로 환자를 분류해, 치료하면 살 수 있는 환자에게 제한된 의료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원칙이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부상자를 분류했던 방식인 ‘트리아지’(triage 선별)에서 도입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원칙이 정해졌다 해도 “누구를 살릴 것인가”는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고통스런 결정이다. 어떻게 해야 가장 덜 참담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누가 결정할 것인가. 그들의 선택이 치료를 거부당한 당사자들에게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실제로 일반인들의 생각은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르다. 2016년 환자와 가족들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과학저널 플로스원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다수가 비상사태에도 “가장 아픈 사람이 우선적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는가”에 대한 완벽한 선택은 있을 수 없다. 선택 요소로 연령이 적용되면 그 기준선에 논란이 일 것이고, 기저질환으로 우선순위를 낮춘다면 자칫 다각도의 차별이 될 수 있다. 나 자신과 내 부모, 배우자의 치료를 거부당한 환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믿었던 사회에 대한 배신감 또한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비상상황은 의료진에게 이런 선택을 강요할 것이고 최선의 대답은 “가능한 한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최대로 투명하고 윤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이마누엘 교수는 말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뉴욕보다는 아직 덜한 LA에서도 “몇 주 내 병원들이 가득 찰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의료자원 확보를 위한 필사적 노력이 진행 중이다. 병원과 의사, 환자와 그 가족 대부분은 이미 의료 배급제의 가능성을 검사기구 부족을 통해 체감했을 것이다.

“앞으로 몇 주 몇 달은 매우 험난한 길을 가야 한다. 누구에겐가 인공호흡기 치료를 못 받게 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간절히 바랄 뿐이다…신이여 우릴 도우소서.”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장의 기도를 미국인 모두가 되풀이 하고 있는 요즘이다.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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