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사계(四季) - 러시아의 7월과 8월
2019-07-30 (화) 07:52:08
이봉희 피아니스트
▶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유난히 정신 없었던 올 상반기. 벌써 한 해의 반환점을 돌고 맞이한 7월도 끝이 보인다. 오늘은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의 <사계> 중 7, 8월을 소개하고자 한다. 밝은 느낌의 7월 러시아 풍경화처럼 남은 하반기에는 모두의 마음이 평안해지기를 바란다.
차이코프스키는 피아노 소품곡 <사계> 7월에서 러시아 농촌 여름 풍경을 묘사했다. 사회주의 혁명 이전의 러시아는 구력(舊曆)을 이용해 달력에서 약 12일 정도가 빨라서일까, 차이코프스키가 그린 러시아의 7월을 듣고 있으면 무더위 대신 시원함이 느껴진다. 신나게 풀을 베는 사람들의 가볍고 즐거운 걸음걸이가 E플랫 장조로 잘 표현되었다. 민요풍의 선율도 들린다. 최근 7월 1일 JTBC의 뉴스룸 엔딩곡으로 실리기도 했던 7월의 ‘수확의 노래’는 알렉세이 콜트소프(Aleksey Koltsov, 1809~1842)의 시를 인용하였다.
July: Song of the Reaper
Move the shoulders,
shake the arms!
And the noon wind
breathes in the face!
7월: 수확의 노래
어깨를 들썩이고
팔을 흔들어라!
한낮의 바람이
얼굴로 불어온다!
우리가 주로 생각하는 8월의 느낌과는 달리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의 8월에서는 ‘추수’를 그렸다. 많은 사람들이 힘차게 쌀, 보리를 수확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빠른 템포의 격렬한 리듬으로 시작되는데, 바쁘게 움직이는 농부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중간부에는 러시아 넓은 들판의 낭만적인 시골 풍경과 소박한 농민들의 노래가 서정적인 선율로 표현되었다. 그렇게 잠시 평화가 고요하게 흐른 뒤 다시 우리네 삶처럼 빠른 리듬의 부분으로 되돌아간다. 다음은 차이코프스키가 악보의 서두에 인용한 알렉세이 콜트소프(Aleksey Koltsov)의 시이다.
August: Harvest
The harvest has grown,
people in families cutting the tall rye down to the root!
Put together the haystacks,
music screeching all night from the hauling carts.
8월: 추수
곡식이 모두 익어
온 가족들은 다 자란 호밀을 베어낸다
건초더미 한데 모아
짐 가득 실은 마차의 노랫소리
밤새 끊이지 않네
<
이봉희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