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지역은 미국 내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르는 등 완연한 경기 회복의 모습을 보였지만 워싱턴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잉이 대규모 감원을 추진해 양면의 모습을 연출했다. 새해 벽두부터 민병대가 연방 정부시설을 점거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총격사건이 잇따라 역시 올해도 사건ㆍ사고로 얼룩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애틀 사운더스가 사상 처음으로 MLS컵 우승을 안았고, 워싱턴대학(UW) 풋볼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등 스포츠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도 함께 하며 다사다난했던 ‘2016 서북미 톱 10 뉴스’를 정리했다. <편집자 註>
시애틀ㆍ포틀랜드 집값 급등
서북미를 대표하는 워싱턴주 시애틀과 오리건주 포틀랜드 지역 집값이 올 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상승폭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IT를 중심으로 하는 서북미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다 중국인들의 투자바람, 주택 수급 불균형 등으로 인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이다. 가장 최근 자료로 보면 시애틀지역은 지난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전국 최고로 연간대비 집값 상승폭이 컸다.
스탠다드 & 푸어스의 케이스-쉴러지수에 따르면 시애틀 지역 집값은 올 들어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07년 여름 불황 이전 최고가를 넘어선 상태였다. 10월 기준 시애틀지역 집값은 불황으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2012년에 비해 4년 사이 59%가 폭등해 2배 이상 올랐다. 이 같은 가격대는 불황이전 최고였던 지난 2007년 여름에 비해 7%가 높은 상태다.
보잉 생산 감축과 감원 걱정된다
워싱턴주 경제의 대들보인 보잉의 감원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보잉은 올해 워싱턴주에서만 전체 인력의 8%인 6,600여명을 감원했고 내년도 새해에도 명예퇴직과 퇴직자의 자리를 채우지 않는 방법으로 인력을 감축해 나갈 것이라고 이미 예고한 상태다. 감원은 보잉이 에버렛 공장에서 제작되는 첨단 777기종의 항공기 생산량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예상돼왔다. 현재 매월 7대씩 생산되고 있는 777기를 내년 8월부터 월 5대로 감축하고 이어 2018년에는 월 3.5대까지 줄일 예정으로 감원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욱이 유럽의 에어버스사와의 경쟁 심화에다 전반적인 항공기 주문 감소 추세와 맞물려 당분간 보잉은 힘든 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병대 오리건 연방정부 시설 점거
새해 벽두부터 정부 정책에 반발한 민병대가 연방 정부시설을 점거하고 대치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동남쪽으로 약 6시간 거리인 번즈 지역에서 민병대원들이 1월 연방정부 시설 2개를 점거하고 당국과 대치했다. 이 민병대원들은 연방정부 소유 토지를 불 태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고 복역한 드와이트 해먼드와 그의 아들 스티븐 해먼드가 다시 수감될 상황에 처하자 항의시위를 벌인 후 멀루어 국립 야생보호구역 본부 건물을 점거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마지막 시위대 4명은 점거 41일만인 2월 11일 마침내 투항했고, 이 과정에서 한 명이 사망했지만 지난 10월말 점거 당사자 7명에 대한 재판에서 모두 무죄 평결을 받아 마무리됐다.
잇따른 총격사건에 희생자 줄이어
올해도 크고 작은 총격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워싱턴주에서는 2건이 희생자를 많이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9월24일 시애틀 북쪽 벌링턴 캐스케이드 몰에서 터키 출신인 20살의 아르칸 세틴이라는 용의자가 메이시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 총기를 난사하면서 모두 5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졌다. 현재 그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지만 그의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아 ‘묻지마 총격’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30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 머킬티오 한 가정집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사건의 범인은 앨런 크리스토퍼 아이바노프였고, 그는 옛 여자친구와 결별한 것에 앙심을 품고 동창생들이 파티를 벌이는 현장을 찾아가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옛 여자친구인 애나 부이는 물론 친구들인 제이콥 롱, 조던 애브너가 목숨을 잃었다. 그는 지난 12월 21일 열린 재판에서 사형을 면하기 위해 검찰과 양형거래를 통해 3건의 1급 살인혐의와 2건의 살인미수 혐의 등 5건의 기소 내용에 유죄를 시인했다.
이웃간 시비로 형제가 부부 살해
이웃과 토지 문제로 잦은 다툼이 살해사건으로 이어져 형제가 이웃 부부를 살해해 암매장하는 끔찍한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 4월 알링턴의 패트릭 션과 모닉 패터나우드 부부가 숨진 사실이 확인되면서 결국 범인은 이웃 주민인 존 리드와 토니 리드 형제로 밝혀졌다. 이들 형제는 범행 후 부모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멕시코로 도망가 도피 생활을 하던 중 동생인 토니 리드가 연방당국에 자수해 워싱턴주로 돌아와 피해자 부부의 시신이 숨겨진 곳을 당국에 자백했고 살인을 저지른 주범인 형 존 리드도 7월 멕시코 수사 당국에 검거돼 워싱턴주로 압송됐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오소 산사태 지역에 거주했던 리드는 바로 옆 집 주인이었던 션 부부와 땅 소유권 문제로 다퉈오다가 이들을 살해한 뒤 동생 토니의 도움으로 시신을 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슬리 재선, 최저임금법 통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11월 선거에서 예상대로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20년 이상 부지사를 지내며 대표적인 친한파였던 브래드 오웬 부지사가 정계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한인사회에서는 든든한 우군 한 명을 잃게 됐다.
역시 오랫동안 워싱턴주를 대표했던 민주당의 짐 맥더못 연방 하원의원이 은퇴를 하면서 민주당 의원끼리 맞붙은 워싱턴주 연방 하원 제7선거구에서는 인도 이민자 출신인 프라밀라 자야팔 후보가 당선되면서 인도 출신 정치인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워싱턴주 최저임금인상법인 I-1433도 통과됨에 따라 2017년 1월부터 워싱턴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1달러로 오르게 됐다. I-1433은 최저임금뿐 아니라 유급 병가휴가도 규정하고 있다. 워싱턴주의 모든 직장인은 2018년 1월부터 유급 병가휴가를 허용 받는다.
켈리 감사원장 스캔들로 시끌
워싱턴주 정가에서는 올해 트로이 켈리 감사원장의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그는 감사원장에 입성하기 전에 에스크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업무상 배임 등 15개 혐의를 받으면서 기소됐지만 이후 재판에서 ‘사실상 무죄’ 평결을 받아냈다. 켈리 감사원장은 민주당 후보로 2012년 선거에서 감사원장에 당선되기 전 에스크로회사 ‘포스트 클로징 디파트먼트(PCD)’를 운영하면서 주택 구매자들로부터 받은 100~150달러씩의 수수료를 편법으로 챙겨 총 300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켈리 원장은 이번 사건이 터진 후 무죄를 주장하며 감사원장직은 사퇴하지 않은 채 휴가를 내고 법정싸움을 벌였지만 이로 인해 올해 선거에 재출마하지 않았다.
사운더스 창단후 첫 MLS컵 우승
시애틀 프로축구(MLS)팀인 사운더스FC가 2007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MLS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사운더스는 12월 10일 토론토 BMO 필드에서 벌어진 2016시즌 MLS 컵 결승 경기에서 토론토 FC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으나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해 5-4로 신승, 시애틀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운더스의 MLS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 감독을 교체한 사운더스는 밀리는 게임을 벌이면서도 승부운이 따라 결승까지 올라갔다. 이날 결승전도 유효 슈팅이나 골점유율 등에서 토론토에 훨씬 뒤졌지만 골키퍼의 선전 등에 힘입어 골을 허용하지 않고 무승부로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 우승컵을 안았다.
워싱턴대학(UW) 풋볼팀도 올 시즌에서 단 한번의 패배만 안은 채 전국 대학가운데 4개팀만 올라가는 플레이오프에 진출, 31일 앨라바마대학과 일전을 치른다.
켄 그리피Jr 명예의 전당 입성
지난 1990년대 시애틀 매리너스의 상징이자 메이저리그의 최고 선수였던 켄 그리피 Jr.가 올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피 주니어는 지난 7월 24일 뉴욕주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이 뜨겁다. 매리너스 구단에 신인 지명된 후 시애틀에서 보낸 13시즌은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리피 주니어는 메이저리그 22시즌 동안 날린 통산 630개의 홈런 가운데 417개를 매리너스 구단에서 기록했다. 특히 10번이나 수상한 골드 글로브 상(최고 수비수)은 모두 매리너스 선수로 받았다. 그리피 주니어는 첫번째인 올해 명예의 전당 입회 투표에서 무려 99.3%인 437표를 받아 당당하게 입회했다. 이는 기존 톰 시버의 98.84%를 넘는 역대 최고의 득표율이다.
I-405 요금부과 논란 계속돼
I-5와 함께 시애틀지역을 남북으로 가르는 I-405 고속도로 벨뷰~린우드 구간 통행료 부과에 대한 논란이 올 한해 계속됐다. 운전자들의 거센 불만에 따라 지난 3월 18일부터 야간과 주말 및 공휴일의 통행료 징수가 전면 중단됐다. 밤 7시부터 이튿날 새벽 5시까지와 주말, 공휴일에는 탑승인원에 상관없이 통행료 없이 모든 차선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I-405에서는 지난해 9월27일부터 기존 카풀 레인 및 새로 설치된 통행료 부과차선(ETL)을 이용할 경우 교통 체증 정도에 따라 통행료가 부과됐지만 교통정체는 더욱 심해지고 통행료도 당초 예상보다 부담이 커지면서 운전자들의 반발을 샀다. 새해를 앞두고 일부 정치인과 운전자들이 통행료 폐지를 추진하고 나서 새해에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한편 5년여의 공사 끝에 새로운 520번 다리가 지난 4월 2일 개통됐다. 이 다리는 총 길이가 7,710피트(2,350m)로 세계서 가장 긴‘부교(浮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