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음식 알러지 2

2016-02-19 (금) 03:09:56 황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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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음식 알러지 검사 방법은 에러 범위가 너무 넓어,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백퍼센트 확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많은 의사들이 권하는 방법은 매년 (그 불완전한) 검사를 하면서 섭취를 최대한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밀가루 (글루텐)나 계란 같은 음식은 흔히 많은 음식에 쓰이고, 여러 가공음식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제한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알려진 꽤 희망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 수많은 임상 시험 중에 있는 경구 면역 치료 (Oral Immunotherapy, OIT)이다. 땅콩 알러지의 경우, 어른까지 지속될 확률이 높고 증상이 심하기 때문에, 연구가 활발하며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그래서 전세계 곳곳의 작은 병원들에서 (큰 병원에서는 보험/책임 관계가 복잡하리라 짐작한다.) 독립적으로 아직은 승인되지 않은 OIT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마다 각각의 치료 방법이 다르지만, 치료 방법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의사의 철저한 감독하에, 어느 정도의 알러지가 있는지 검사를 한 뒤 아주 극소량으로 섭취하게 하고 일정 기간동안 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 차츰 양을 늘려 몸에서 내성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크면서 알러지가 없어지기도 하고, 의사나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대충 가능한 나이인, 빠르면 4-5세정도가 치료에 적절한 시기이다. 둘째 아이가 이제 두살 반이니, 앞으로 1-2년 정도는 더 기다렸다가 치료를 시작할 생각이다.

회원수가 4000명에 육박한 OIT 그룹과 Bay Area 음식 알러지 네트워크 그룹에 매일같이 눈도장을 찍는다. 연구 자료를 읽고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우리 가족도 이 새로운 삶에 어렵게 적응을 하는 중인 것이다. 많은 가족들이, 본인 혹은 아이(들)을 위해, 전 세계 몇 안되는 병원에서 이 OIT를 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8-9시간 거리로 운전을 하고, 혹은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수개월에서 수년 간 병원에 가까운 곳에서 임시 생활을 한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음식 알러지를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치료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마음 아파하며, 치료를 마치고 나서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보고, 생일파티에서 컵케잌을 먹을 자유가 생겼다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 사진에는 가슴이 벅차게 기쁘다. 나도 둘째 아이가 처음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생크림케잌을 먹어보는 그날을 상상해본다.

<황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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