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for the Soul] Crush / 크러쉬
2016-02-05 (금) 04:10:27
최정화
And both admitted they had a crush on each other during filming.
그리고 둘 다 시인하더라. 촬영 당시 서로 홀딱 반했었노라고.
칼라풀(colorful)한 일간지
를 읽습니다. 사진 한 장이 눈길을 확! 끌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헤드라인이 읽힙니다.
Ali MacGraw and Ryan O'Neal return to Harvard 45 years after 'Love Story' – 알리 맥그로우와 라이언 오닐 [영화] '러브 스토리' 45년 만에 하버드로 귀환!왠지 이미 저 편으로 가셨을 느낌으로 막연히 생각했던 알리 맥그로우. 1939년 생이니 올해 76살 MacGraw, 비슷하게 74살인 O'Neal과 손을 맞잡고 인터뷰. 두 분 표정 모두 옛적 때 느낌이 짠~하게 남아있음에 가슴 시리게 반갑군요. 그런데, 촬영 당시 서로 '크러쉬'가 있었다네요.
진짜 상큼하기 그지없는 단어가 'a crush'. 동사 'crush'는 눌러 부수다, 진압/압도하다는 뜻이지만, 명사 '크러쉬'는 으깨기/분쇄/압도란 뜻 외에 '홀딱 반함' 또는 '첫눈에 반함'이란 붉디붉은 의미가 있습니다. 십대 소녀가 봄을 그리워 하며 겪는 사춘기(思春期)적 사랑 몸살이란 뜻도 외연하는 crush! 미국 사는 아이라면 너나 할 것없이 모두 쉽게 알고 쓰는 말이 crush. 칠십 노인 두분께서 벌써 45년 전 영화 촬영 당시 서로 홀딱 반했었다 고백하며 쓴 표현도 바로 crush!
And both admitted they had a crush on each other during filming.
그리고 둘 다 시인하더라. 촬영 당시 서로 홀딱 반했었노라고.
O'Neal이나 MacGraw 둘 다 제법 거칠고 험한 인생을 살아오셨답니다. 알콜 중독과 이혼/재혼 뿐 아니라 툭하면 가십[gossip] 기사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한 인생 여정을 걸어온 두 사람. 앤티크 무개차를 함께 타고 옛 하버드 교정으로 돌아오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인생의 뒤안길도 얼핏 보입니다.
"MacGraw and O'Neal arrived on campus in an antique MG convertible similar to the one in their 1970 movie about a rich-and-preppy Harvard student who marries a working-class Radcliffe girl over his parents' objections." 숨차게 읽히는 만연체의 한 문장. 그래도 어려운 단어는 별로 없으니 뜻 파악은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난한 레드클리프 여대생과 결혼하는 부자 풋나기 하버드 학생의 얘기를 그린 1970년대 영화에 나오는 비슷한 MG 앤티크 컨버터블 차를 타고 맥그로우와 오닐이 캠퍼스에 도착했다는 얘기. 그리고 O'Neal, despite decades of drinking and dustups, 수십년에 걸친 음주와 주먹싸움에도 불구하고 ...... 말쑥한 차림으로 나타났더라.
And both admitted they had a crush on each other during filming.
그리고 둘 다 시인하더라. 촬영 당시 서로 홀딱 반했었노라고.
촬영 당시 서로 홀딱 반했던 얘기는 끝에 나오지만,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신문 기사의 말미는 그런대로 영화 얘기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기사 작성법의 기초를 잘 다진 기자다운 글입니다.
Both were grayer but retained enough of the good looks that made them so charismatic so many years ago in the romantic tragedy (Romeo and Juliet at Harvard), based on a best-selling novel of the same name by Erich Segal.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was the memorable tagline for the book and the movie.
[자, 오늘은 영자신문 공부 제대로 합니다. 긴 문장을 끊어 단문체로 의역해봅니다.] 둘 다 흰 머리는 늘었지만, 옛적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하버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비극적 연애물에 나올 당시 멋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듯. 에릭 시걸의 동명 소설에 근거한 그 영화. "사랑은 결코 미안하단 말을 하는 게 아냐!"라는 마지막 한마디! 책도 영화도 모두 그렇게 인상적이었는데.
"And both admitted they had a crush on each other during filming." 그리고 둘 다 시인하더라. 영화 촬영 당시 서로 반했었노라고. 하긴 이제 70을 넘긴 두분이 담담한 회고조로 하는 말이지만, 한창 풋풋하던 당시엔 남모르게 쉬쉬 그랬으리라. 'crush'란 스스로 주체하지 못할 'infatuation'이 아닐런가. 크러쉬는 곧 못이길 '탐혹(耽惑)'에 다름 아니기에!
Cheers!
<최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