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선택과 수긍
2016-02-01 (월) 03:57:27
이숙진
이숙진(샌프란시스코한국학교 교사)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선택과 후회, 포기는 꼭 연관검색어와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이 결정을 내림으로써 후회하지 않을까, 이 선택을 함으로써 많은 가능성을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닌가, 이 결정을 내리거나 내리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등등 끊임없이 생각의 미로 속을 헤맬 때가 있다. 그리고 선택을 함으로써 생기는 결과에 대한 수긍이라는 삶의 과정도 숙제처럼 남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이런 고민이라도 진지하게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고민의 흔적도 용납되지 않은 채 바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곤 한다.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로 아름답게 시작하는 이 관념적 서정시는 한 몸으로 두 갈래 길을 동시에 걸을 수 없는 물리적 조건 때문에 하나의 길을 택한 시인에게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고백하게 만드는 시이다. 나도 돌이켜보면 내 인생 전체를 바꾸어 버리거나 뒤흔들어 버린 선택들이 있다. 크든 작든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그 많은 선택들 중에서 번복할 수 있는 결정들과 되돌릴 수 없는 선택들도 있다는 걸 뼈저리게 체험하기도 한다. 근데, 치명적인 사실은 결정을 내릴 당시에는 그와 같은 선택으로 인해 가끔가다 인생이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는 걸 인지조차도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결정들 중 하나는 대학생일 때 치과 의사의 조언으로 멀쩡한 사랑니 4개를 한번에 다 뽑았던 것이고 비교적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되는 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젊었을 때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난 것이었다. 사실 그것이 어떤 선택이었던들 한번 지나간 인생의 순간들을, 선택들을 되돌리기란 참으로 어림없는 일이다. 시간을 되돌려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살아 볼 수는 없지만 숲 속의 두 갈래 길들이 어느 지점에서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런 희망적인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다시 살아볼 기회는 없지만 우리가 내린 결정들의 궁극적인 이유가 있을 거란 긍정적인 수긍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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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진씨는 중2때 미중부로 가족 이민을 온 1.5세대로 연세대와 아이오와대학에서 정치외교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현재 교육 컨설턴트로, 샌프란시스코 한국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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