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4년을 보내며

2014-12-3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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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 고문

TV 뉴스마다 인도네시아 앞바다에 추락된 에어아시아 QZ8501기에 대한 스토리가 톱뉴스다. 탑승객들의 가족들이 수라바야 공항에 모여 눈물을 흘리며 실종자들의 시신수습을 보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그렇지 않아도 한해를 돌아보는 연말에는 마음이 뒤숭숭하기 마련인데 이런 비극적인 뉴스가 터지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반면 탑승시간을 잘못 알고 에어아시아 8501기를 놓친 인도네시아인 찬드라 수산토씨 가족들(5명)처럼 “하늘이 우리 가족을 도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대조적인 모습도 보인다. 인간에게는 때때로 불운이 행운으로 변할 때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엔테베 인질 구출작전’이다.

1976년 6월27일 아랍게릴라들이 유대인 100여명이 탄 여객기 에어 프랑스를 납치해 우간다의 엔테베 공항에 강제 착륙 시킨 후 이디 아민 대통령에게 인계했다. 승객들은 인질 처형을 두려워하며 공포에 떨었다. 때마침 블록이라는 유대인 중년부인은 기내음식에서 생선을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려 급히 응급조치를 받아야 할 형편에 놓였다. 테러범들은 할 수 없이 이 여인만 풀어준 후 입원 시켰다. 승객 모두가 목에 가시가 걸린 그녀를 부러워했다. 불운이 행운을 불러온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특공대가 구출작전을 감행, 유대인 승객 전원 무사히 구출해 우간다에서 탈출 시켰다. 이에 격분한 독재자 이디 아민 대통령은 보복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블록 여인을 총살시켜 버렸다. 이번에는 행운이 불운으로 바뀐 것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은 정말 묘하다. 에어아시아 8501기의 참변은 이를 실감있게 보여주고 있다. 내가 아무리 성실하게 살려고 해도 여객기 추락과 같은 비운을 만나면 나의 인생은 빛을 못보고 그것으로 끝이다. 열심히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불경기를 만나 어이없게 파산하는 운명이나 비슷하다. 한치 앞의 내 운명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뭐가 안된다. 삶과 인간 노력의 한계를 느낀다. 여기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의 명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2014년 마지막 날에 에어아시아의 운명을 보며 자신의 삶의 자세를 다시한번 살펴보자. 세상에는 행복만 계속되는 인생도 없고 불행만 이어지는 인생도 없다. 행복 뒤에는 불행이 숨어있고 불행 뒤에는 행복이 찾아온다. 낮이 지나면 밤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리는 중국 서문행의 시처럼 백년을 채 못살면서 천년어치의 근심을 품고 산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가 버렸는데도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앞당겨 걱정하며 지낸다. 미래와 과거의 포로가 되어 오늘의 가치를 잊고 있다.

‘오늘’이 중요하다.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 진주가 꿰어 아름다운 목걸이가 되듯 보람있는 인생을 형성하는 것이다. 헬렌 켈러는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내 생애 행복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다.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가장 나쁜 습관은 내일이 있다며 오늘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다. 내일 죽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야 한다. 오늘은 우리에게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이것이 에어아시아 8501기 비극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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