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페어플랜’
▶ 평균 30% 인상 계획
▶ 민간보험 가입거부 속출
▶ 산불 위험지역 한인 등
▶ 주택 소유주들 ‘직격탄’
캘리포니아의 최후 보루 성격인 주택 화재보험 프로그램 ‘페어플랜(FAIR Plan)’ 보험료가 오는 10월부터 평균 30% 가까이 치솟게 되면서 산불 위험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등 주택 소유주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민간 보험사들의 잇따른 철수 속에 선택지가 사실상 사라진 주민들이 보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보험국은 최근 페어플랜 보험료를 오는 10월15일부터 평균 29.1%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페어플랜 측이 요청한 36% 인상안보다는 낮아졌지만, 2023년 15% 인상 이후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대폭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페어플랜은 산불 등 재난 위험이 높아 민간 보험사들이 가입을 거부한 주택 소유주들을 위해 운영되는 주정부 관리 보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 산불 피해가 잇따르면서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LA 지역을 강타한 팰리세이즈 및 이튼 산불 이후 페어플랜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했다. 베로니카 로치 페어플랜 대표는 주의회 청문회에서 “현재까지 29억 달러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했고 최종 지급 규모는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며 재정 고갈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보험료 인상은 가입자별 위험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전체 가입자의 절반가량은 30~5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겪게 되며, 일부 고위험 지역 주민들은 최대 200%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에라 네바다 산기슭 지역 일부 주택 소유주의 경우 연간 보험료가 3,000달러에서 6,000달러 수준으로 뛰는 사례도 예상된다.
반면 25% 가입자는 보험료가 오히려 인하될 수 있지만,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사실상 ‘보험료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어플랜 측은 “보험료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은 산불 위험 요소이며, 위험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인상폭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간 보험사들이 잇따라 캘리포니아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신규 가입을 제한하면서 페어플랜 의존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페어플랜 가입 주택 수는 2023년 이후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산불 위험지역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이 대거 페어플랜으로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증가가 보험 시스템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 내 35개 주와 워싱턴 DC가 유사한 ‘최후 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전국적으로 약 300만 채 이상의 주택이 이들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다.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알폰소 패팅 분석가는 “민간 보험사들은 반복적으로 불타거나 침수될 가능성이 높은 주택을 더 이상 감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난이 반복될수록 더 많은 주민들이 페어플랜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인사회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남가주 산불 위험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한인들 사이에서는 보험 갱신 거부나 보험료 급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일부는 기존 보험을 잃고 페어플랜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페어플랜은 화재 중심의 제한적 보장만 제공해 실질적인 보호 범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이아몬드바에 거주하는 캐롤라인 오씨는 “페어플랜이 제공하는 보장이 제한적이어서 파머스 보험을 통해 별도의 주택보험을 들고 있다”며 “양쪽의 보험료가 나날이 치솟고 있어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미보험의 한문식 대표는 “업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재난 취약 지역에서 주택보험료 상승과 보험 공백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