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이예진 ㅣ 마셔라, 김칫국
2013-04-29 (월) 12:00:00
고백할 것이 있다. 내가 방금 “고백할 것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나의 마지막 ‘여성의 창’ 원고는 사실 두번째 버전이다. 첫번째는 버전은 바로 3개월 전, ‘여성의 창’ 첫 원고를 쓰기도 전에 먼저 쓰여졌다. 삼개월이란 시간은 분명 무언에든 도전을 하고 나에게 그 도전으로 인한 변화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에 나는 변화된 내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썼다. 어렸을 때 캠프에 가면 마지막 날 모닥불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는데, 딱 그 모양이었다.
“저는 ‘여성의 창’에 글을 기재하는 지난 삼개월동안 제 자신에게 조그만 실험을 했습니다”로 시작하여, “저는 ‘가’, ‘나’, 그리고 ‘다’ 라는 자기개발 프로젝트를 꾸준하게 해왔고, 그리하여 ‘라’, ‘마’, ‘바’ 라는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류의 내용으로 이어졌다. 끝에는 “제가 여러 유혹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라는 훈훈한(?) 아니면 뻔한(?) 시상식에나 어울리는 멘트와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글쓰기를 마치고, 나름대로의 교정 후, 삼개월 후에 낼 원고를 벌써 끝내 놓다니, 우훗, 하고는 흐믓한 마음으로 저장버튼을 눌렀다.
여행의 즐거움 중 반은 계획을 짜는데에 있다고 한다. 계획 자체에 숨 막혀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중에는 주말 계획을 세우고 엄마와 그 다음 주에 만들 음식을 연구하며 마켓 리스트를 만든다. 대학교 때 나는 에세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에세이를 제출한 후에 할 일들을 계획했고, 기말고사를 준비하기 전에 동생과 방학에 무얼할지 아이디어를 짜고 토론했다. 물론 ‘여성의 창’에 글을 올린 시간을 시험공부와 비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삼개월 전, 나는 ‘여성의 창’이란 도전을 앞두고 첫 원고를 쓰기 전, 삼개월 계획을 짰던 것이다. 그 때 세운 야심찬 계획과 결과는 말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이 삼개월동안 나에게는 생각치도 않았던 일들이 일어났고, 계획에는 전혀 없었던 일들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꿈도 못 꿨던 일을 향해 노력중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나는 또 김칫국 반사발을 손에 들고는 즐겁게 계획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