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홍혜정 ㅣ 나는 요즘…

2013-04-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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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있어도 줄줄 흐르는 콧물, 하도 비벼서 뻘개진 눈, 때와 장소없이 나오는 재채기. 해마다 이맘때면 내가 어김없이 한번씩 치르는 행사다. 평소에 잘 자라던 화분의 꽃들도 나에게만 오면 시들해져서 내가 꽃이기 때문에 꽃들이 내 향기에 취해서 죽어나간다고 너스레를 떨곤 했는데 복수라도 하듯, 벛꽃이 필 무렵이면 계절 알러지가 찾아와서 날 못 살게 굴어 스타일을 구기게 한다.

코를 너무 많이 풀어서 코 주위가 헐고, 너무 간지러워 쉴새없이 비벼야 하므로 눈화장을 할 수도 없다. 여러 종류의 약을 시도도 해보았지만, 별 효과도 없고 ‘삼시 세끼가 보약이다’라고 말하며 영양제 하나도 안 챙겨먹는 내가, 알러지 약을 챙겨 먹을 리 없다.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는 마음으로 미련하게 버티고 있다.

그런데 내가 미련을 떠는것이 이것뿐만이 아닌 것 같다. 음식을 남기면 아프리카에서는 굶어죽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고, 어릴 적 배운 교육 때문에,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머리속에 생각은 늘 하면서도 음식을 남기면 큰 죄라도 짓는다는 생각에 배가 불러도 음식을 남기질 못한다. 나만 그러는 것까진 이해하겠지만 아이들까지 음식을 남기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우리 아이들의 식성은 위(stomach)대하다.

집안일도 마찬가지다. 평소 치운다고 치우기도 하지만 표시 안나는 게 집안일 아닌가? 요즘은 게으름 피우며 미루었다가 몰아서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많아 대청소를 하고 나서 몸져 누울 때도 많다. 그뿐인가? 몇번의 경험으로 벌써 안 좋은 결과가 될 것을 알면서도 어리석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내 모습은 또 얼마나 미련한가?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미련 곰탱이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미련하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 둔하고 어리석으면서 고집까지 부리는 것을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며 소신이라는 이름아래 고집을 부려서 그동안 주변사람들을 피곤하게 했을 수도 있다. ‘잠언 13:20’에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 미련한 자와 사귀면 해를 받는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지혜로운 자로 살지 못했기에 이웃에 좋은 영향력도 주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젊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요즘 가끔씩 돌이켜 생각해보며 반성도 해보고 하는 걸 보면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긴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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