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해연 l 나비

2013-03-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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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비로소 껍질을 벗어야만 나비로서 날 수가 있다.
애벌레로 있을 땐 스스로의 껍질을 먹으며 자라다, 문득 화려하고 멋진 날개를 펼치며 세상을 향해 눈부신 가루를 뿌리는 것이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그 껍질이 더는 날개를 가두어 두지 못해 - 찢어져 버리는 아픔으로 나비는 태어나는 것이다. 하나의 세상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의 변화의 다리를 건너 다시 태어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다. 그 찢어지는 아픔이 오히려 더 아름답고 강하고 눈부신 날개를 만들어 준 보상이며 축복일 것이다. 아픔 없이는 그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며, 어떻게 지금의 날개를 가졌는지는 모르는 채 그냥 그 화려함만 사랑한다면 그것은 슬플 거다. 이 세상 어떤 것도 쉽게 가져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스로의 타인을 위한 희생과, 이기지 않으려는 과정의 포기와, 남모르게 숨어 하는 열정의 노력 없이, 마냥 화려한 영광과 빛나는 날개만 탐한다면 진정한 날개는 그만 날지 못할 것이다.

요즈음은 점점 더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지고 두렵다. 예전처럼 무엇을 하든 모르고서 하는 것은 그냥 쉬웠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즐겁고 행복하고 스스로 대견하다는 그 우쭐함만으로도 용감했고 또한 무지했다. 날개를 가졌다고 거위나 타조처럼 다 날 수가 있는 것은 아닐 터인데. 아무리 스스로의 날개로 화려하게 날 수 있으리라고 믿어도 용감한 무지의 껍질을 벗지 않고, 포기의 아픔도 가지지 않은 채의 날개는 그 또한 껍데기일 뿐일 거다. 버리고 싶지 않아도 놓아야 하는 것도 있고,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여기 이 자리는 무엇보다 더 소중하며 귀하다. 못나고 주름지고 오그라진 껍질 속에는, 화려하고 멋진 정열적인 나비가 고통하며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껍질을 먹듯이, 지금은 그냥 기다리는 것이다.
아직도 많이 모자라고 이루고자 하는 것이 많을지라도 그냥 감사하며 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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