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아그네스 l 한떠나야 할 때가 되었나?

2013-03-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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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돌아가셨어. 공항이야, 서울간다 지금” 착- 갈아앉은 경숙이 목소리. 식도암으로 반년 고생하시더니 결국 떠나셨구나. 거동을 못해 양로원에 계시면서 “나 집에 가면 걸을 수 있을텐데…” 아버지 계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꿈을 말씀하시던 수지 어머니. 떠나셨음을 얼마전에 들었다.


치매를 앓던 어머니를 치매전문 병원에 입원시키니 무슨 약인지 늘 엄마를 잠들어 있게 함에 가슴 아파하던 진희. 진희 곁을 떠나 태평양 바라보고 누워계신다.

한밤중 “엄마가 좀 이상해. 온몸을 떨기도 하고,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하셔.” 늘 침착하고 신중한 남동생의 불안한 목소리에 곧 동생집으로 달려가니 정말 엄마가 이상하시다. 우리집에서 계시다 며칠전에 동생집으로 가신 엄마의 볼이 움푹 패여보인다.


“엄마, 정신차려! 정신 놓으면 안돼!” 소리를 지르면 겨우 눈을 뜨신다. 입주위 근육이 굳어지는지 물도 잘못 마신다. 멍하니 초점 없는 눈, 얼굴엔 검버섯이 잔뜩 피었네. “엄마, 아버지꿈 꾸었어?” 한참을 지나 희미한 눈길로 “너랑 아주 커다란 집엘 갔는데 아버지가 그 집에 계신다더라.” “엄마가 아버질 만났어?” “아니, 보진 못했는데 날 데리러 왔나봐.” “아니야, 엄만 아직 안가. 아버질 못 봤잖아.” 십수년 전 떠나가신 아버지는 늘 엄마곁에 맴도시나 보다. 의사인 막내동생이 와 보더니 요로감염이란다. 항생제 잡숫고 입만 크게 벌리고 잠이 드신 엄마, 혼이 들어있는 얼굴이 아니다. 순간 겁이 덜컥 나 엄마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왜 이럴 땐 코도 안 고는거야.

다리에 힘이 풀려 걷기 힘들어 하는 엄마, 등뒤에서 허리를 꼭 껴앉고 “하나 둘, 하나 둘” 기차놀이 구령에 맞춰 화장실에도 부엌에도 간다. 뿔쑥 나온 내 배가 엄마의 허리를 받쳐주는지 내 배가 좀 기댈만 하단다. 엄마랑 나랑 좋아하는 비빔국수를 많이 먹었으니까 그렇지. 휴- , 그래도 아직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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