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nglish for the Soul
The Mystery of Faith / 신앙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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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without controversy
great is the mystery of faith.
[1 Timothy 3:16]
두말할 나위없이
신앙의 신비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디모데전서 3장 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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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 열 아홉에 나를 나으신 이제 거의 팔십 노모와
단 둘이 오롯하게 저녁식사를 합니다. 6.25 전쟁 중, 1951년
1.4 후퇴 때 미국 군함을 타고 거제도로 피난 나오신 어머니는
잠시 들른 부산길에서 내 아버지를 만나 결국 나를 세상으로
내보내는 인연을 만들게 되셨답니다. 함경도식 된장 미역국을
얼큰하게 끓여 걸죽한 막걸리도 한 잔 걸치며 이런 저런
얘기꽃을 피웁니다.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동네 성당 미사에 함께 다니다 보니
주위엔 언제부턴가 어머니에겐 미국에서 온 젊은 애인이 하나
생겼다는 소문이 자자한지 오래랍니다. 물론 다들 너스레를
떨며 슬며시 웃어보자고 하는 말씀들이지만 그래도 어머닌 무척
기분 좋은 모습으로 그 소문을 덩달아 나르고 계십니다. 그렇게
오래 다니신 압구정 성당, 바로 그 곳에서 아버지를 보내 드린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된장 미역국에 막걸리 몇 순배, 자연스레 돌아가신 아버지,
사람의 죽음, 인생의 의미 …… 그러다 결국 천당/지옥 얘기도
나옵니다. 우리 민속신앙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신지 이제
꽤 신앙의 나이테가 굵어지신 어머니께서 불현듯 한 가지
고백을 하십니다. 왠만한 건 다 믿겠는데 성모 마리아의 처녀
임신/출산이 과연 진짜일까 간혹 의심이 된다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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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without controversy
great is the mystery of faith.
두말할 나위없이
신앙의 신비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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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나 힌두교, 기타 여러 ‘지혜 전통’[Wisdom Tradition]에
제법 해박한 듯 보이는 게 당신의 아들이신지라, 오늘 저녁
이북식 된장 미역국 진짜 보란듯 맛있게 끓여 주시고 당차게
한 번 대놓고 물으리라 작정하신듯 당신의 내밀한 의심을
고백하시는 어머니.
처녀 임신/출산 뿐 아니라 성모 마리아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원죄가 없는 무염수태(無染受胎)의 주인공임은 이미 아시리라.
가만, 어머니의 가톨릭 영세명이 ‘안나’[Anna], 즉 마리아의 생모
이름이 아니던가? 아니, 당신 스스로 ‘무염수태’ [the Immaculate
Conception]의 주인공이면서, 당신 딸의 ‘Virgin Birth’를 감히[?]
의심하신다?
"어머니," [막걸리 넉잔 쯤 들어가니 말문이 열립니다.]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람의 머리론 알 수 없는
노릇이지요. 그저 신앙의 신비로 느낄 수 있을 뿐 지식이나
지혜론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얘기지요. 하느님도 마찬가지
아니에요? 누가 하느님을 확실히 본 사람이 있답니까? 사람
눈엔 보이지 않는 게 하느님이고 성령이지요. 몸의 눈이 아닌
영혼의 눈이 떠져야 하느님도 보이고 바람같은 성령도 보이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그래도 당신 아들 입에서
나오는 얘긴지라 뭔가 색다른 느낌으로 받아 들이는 모습의
어머니, 그저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걸죽한 막걸리 한 사발 더
들이키고 내침 김에 기왕 나온 얘기를 늘여봅니다.
"그게 말입니다, 어머니. 그걸 안다고 하면 그건 이미 아는 게
아니에요. 안다고 하는 즉시 바로 곧바로 모르게 되는거죠. 깨친
스님들이 뭐라는지 아세요? 자, 놀라지 마세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글쎄 그게 한 두 스님들 얘기가 아니라구요. 혹시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이런 거에요. 내가 부처라고 여기는
그런 부처는 아예 부처가 아니다. 그러니, 내 마음 속에서 생겼다
없어졌다하는 그런 부처따위는 아예 보자마자 죽여버리란 겁니다."
"성모 마리아는 성부(聖父)의 딸입니다. 그리고, 성자(聖子)의
어머니시죠. 그리고, 성령(聖靈)의 신부(新婦)이십니다. 그럼 다
된 겁니다. 그러기에 성모(聖母) 마리아는 ‘무염수태’로 세상에 오신
고귀하신 분이며, 따라서 처녀 임신같은 건 진짜 식은 죽 먹기보다
훨씬 쉬운 일이죠. 참, 어머니, 부처님 태몽은 뭔지 아세요?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천상의 흰 코끼리가 마야 부인의 오른 쪽 겨드랑이로
들어왔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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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without controversy
great is the mystery of faith.
두말할 나위없이
신앙의 신비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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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때, 압구정 성당 저녁 미사 오르간 반주를 마치고 여동생이
들어옵니다. "오, 배고파, 맛있는 냄새나네." 그렇게 대화에 합세한
쉰 네살 소녀같은 여동생은 다만 노래로 답합니다. "신앙의 신비여!
주께서 오실 때까지 ...... 굳세게~ …... 굳세게~ 믿나이다." 옆에서
된장 미역국을 다시 데우고 계신 어머니의 얼굴에도 홀연 ‘신앙의
신비’가 새삼 피어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