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 Where is the BEEF?

2012-05-22 (화) 12:00:00
크게 작게
간혹 PBS TV 방송을 보고 있다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무언가? 한참을 찾다가는 아하! 한다. 광고, 광고가 없는 거다. 그리고 TV 광고가 얼마나 우리에게 필요하고 고마운 건지 새삼 일깨워준다.

7살이나 되었을까, 어린 꼬마 아가씨가 운전석에 앉아서 아빠에게 무언가를 재촉하는 모습이다. 자동차 밖 창가에 기대 서있는 아빠로 부터 주의를 들으면서 꼬마는 이미 다 안다는 듯, 아니면 잔소리 고만 하시라는 듯 귀엽게 반항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어서 키를 받아 차가 막 떠나는 순간 운전석의 꼬마 아가씨는 어느덧 어른으로 성장해 있다.

아마 처음 집을 떠나 대학으로 향하는 순간인지도 모른다. 이어서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나의 아버지로서 이 세상에 태어나 할 일을 무사히 해냈다는 만족감과 험난한 사회 속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사랑하는 딸에 대한 걱정, 이 모두가 그 아버지의 얼굴에서 보이는 게 아닐까? 아나운서의 음성이 흐른다. ‘이런 날이 온다는 걸 알았다고,.., 그래서 Subaru 를 샀다고...’ 다만 Subaru 자동차 광고 중의 한 장면이지만 가슴이 뭉클해진다. 선전을 떠나서 생각을 하게 해준다. 다음번 나의 차는 아마도 수바루가 될 것 같다.


미국의 TV 광고는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참 잘도 만든다. 때문에 주객이 전도 하듯 때로는 그 어떤 특정 광고를 다시 보기 위하여 방영되는 프로그램 속에서 그걸 기다리는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광고가 너무 새로운 것으로 자주 바뀐다. 그래서 기다리던 광고를 영원히 다시는 볼 수 없는 아쉬움을 감수 해야만 할 때도 있다.

미국의 TV 광고라면 어찌 수퍼보울 광고를 빼놓을 수가 있을까. 기업들의 기염을 분출하는 이날의 광고는 전 세계 많은 대기업들의 신년 연두사이기도 하고 새로운 상표의 첫 선을 보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1984년 애플의 매킨토시 컴퓨터 광고는 오늘날의 애플을 만든 분기점이 되었다고도 하고 또 수퍼보울 광고 중 역대 최고의 작품이라는 정평을 받기도 한다.

금년 NBC 는 그들이 방영한 수퍼보울 광고 값으로 2억 5천만 불을 거두었다고 한다. 30초에 3백50만 불을 매겼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러나 이 엄청난 값이 광고 효과로 볼 때 너무나 헐값이라는 게 광고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때문에 내년 수퍼보울 광고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30초당 최소 4백만 불이 될 거라고 이들은 말한다. 광고 찬양에서 광고 흉도 봐야겠다.

하루의 일과를 맞추고 기분 좋게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나눈다. 본국 TV 의 흥겨운 설운도 뽕짝 가락이 반주 생각을 나게끔 하는 순간 광고가 나온다. 쩍 벌린 입속에 정말로 보기 흉한 얼그러진 이빨들이 제멋대로 보인다. 물론 그 옆에는 아름다운 치아가 있다. 리모트를 재빨리 들었지만 이미 밥맛은 저 동네로 가고난 후다. 우리는 다 안다. 그곳에 갔다 오면 앓던 이 저리 가고, 없던 이도 생기면서 주머니도 핼쑥해 진다는 걸. 그런데 굳이...

’Where is the beef?’
오래전 광고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던 광고다. 그리고 무명의 할머니를 하루아침에 명사로 만들어준 햄버거 집 광고다.

‘I can’t believe I ate the whole thing.’
요즘 미국 국민들은 소화를 잘 하는지 아니면 가난해져서 먹을 게 없는지 알카 셀처 의 광고를 보기 힘들다. 아마 United Airline 이었을 꺼다. 조지 거쉬윈 의 포기와 베스 음악 속에서 비행기는 구름 속으로 나른다. 3파전으로 한동안 TV 스크린을 장식하던 면도기 광고도 어쩐지 안 보인다. Gillette, Schick, 그리고 Wilkinson Swords. 볼 수만 있다면 다시 보고 싶은 광고들이다.
그리고 보니 TV 광고에 감사를 해야 될 이유가 하나 둘이 아닌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