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윤진 l 새끼 새 다섯 마리

2012-05-1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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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밸리한국학교장)

우리 집 현관에 보기 좋으라고 갖다 놓은 조화 화분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자꾸 들락 달락 한다. 나는 이상하단 생각도 없이 지나다닐 때마다 휙 하고 날아가는 새를 보고 깜짝깜짝 놀래기도 하고, 내 가까이로 스쳐 날아가면 너무 놀라 가끔 소리도 지른다. 남편이 며칠 후 현관 앞 조화에 새가 둥지를 만들고 작은 알을 두고 왔다 갔다 하더니 어느새 알이 깨어지고 새끼 새가 나오고 있다고 아이들에게 빨리 와서 보라고 성화를 한다. 날 놀래킨 그 새는 어미 새였나 보다.

아이들과 남편은 내게 쉬쉬하며 계속 사진도 찍고 쭉 봐왔던 모양이었다. 그 새끼 새를 마치 우리 집에 막내가 태어난 것처럼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반성이 되었다.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 아닌 꼬물거리는 작은 새가 부화되어져 나오는 것을 내가 좋아할 리 만무하다고 판단한 우리 가족은 작은 새 다섯 마리의 탄생 과정의 모든 것에서 나를 딱 빼놓았던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동안의 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 주어야 하는 엄마 앞에서 큰 소리로 새를 보러 오라는 아빠의 갑작스런 행동이 둘째인 아들에게는 당황스러웠나 보다.”아빠 왜 엄마 앞에서 얘기하세요?”하고 얼굴이 빨개졌다. 남편에게 또 아이들에게 갑자기 정 없는 엄마가 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하나님이 창조해 나가시는 그 역사의 현장에서 내가 그것을 부정하고 서 있는 사람이 되어진 듯 하기도 해서 왠지 반성이 된 것이다. 내 어깨를 감싸며 한 번 와서 보라는 남편의 권유에 못 이겨 눈도 뜨지 못하고 입만 뾰족하게 나온 새끼 새 다섯 마리를 처음 보게 되었다. 꼬물거리고 있는 그들의 첫 인상이 마냥 귀엽다는 우리 가족의 마음과는 달리 내게는 귀여움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새로 생겨난 생명이니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은 새를 보러 가는 우리 아이들과 남편에게 비정했던(?) 엄마로서의 모습을 빨리 떨쳐 버리기 위해 또 새끼 새들에게는 미안함을 전하기 위해 내 발로 따라나서서 이제는 좀 커버린 새끼 새들을 보며 “많이 컸네”,”곧 날겠네” 해 가며 행복해질 생각 하나를 만들어 본다. 며칠 있으면 날아가고 텅 비어 있을 둥지를 생각해 보며 있을 때 잘 해줘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좀더 자라면 집을 떠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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