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채경열 ㅣ 시작을 알리는 마침표

2012-05-0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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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칼럼제목은 마지막 원고의 주제로 줄곧 생각해왔던 문장이다. 처음 여성의 창을 시작할 때는 내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시점, 짧은 시간을 돌아보니 그 누구보다 나 자신과 소통을 했다. 만약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나의 삶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 나에게 다가온 중요한 변화들을 놓쳤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매주 일기처럼 써내려간 내 글들은 후에 23살의 나 자신에게 무슨 말을 들려주고 싶었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나는 행복에 대해 오만했었다. 타인의 삶이 아닌 나 스스로의 삶을 살고 있다고 외치고 싶었고 또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스스로가 얼마나 여러 모습의 감정들에 노출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내 삶은 기쁨, 행복, 좌절, 슬픔과 같은 감정들로 인해 다채롭다. 상반되는 감정 안에서 옳고 그름의 답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 모든 것은 삶이란 여정의 과정이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칼럼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것을 주문했고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 2주 전 나는 완벽해야 한다고 몰아세우는 자신에게 실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딱 일주일 후 도전했던 일에서 실패했다. 물론 수많은 실패를 거쳐왔지만, 실패했다라고 선언하는 동시에 나는 실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글쓰기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기에 나는 허물을 벗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만난 나의 진솔한 모습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단하며 용감했다. 그저 스스로가 만든 틀에 박혀 가능성이 있던 나를 몰라봤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마침표가 두려웠다. 끝이 두려웠던 만큼 그 끝에서 맞이하는 평가에 대해 가혹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단 하나다. 마침표는 단순히 또 다른 시작일 뿐이라는 것. 그 시작은 지금 끝내는 이 이야기의 연장선 혹은 전혀 다른 이야기의 프롤로그가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이 모든 순간의 접점에 서 있는 나는 늘 성장하며, 필연적으로 스쳐간 이야기들은 이어져 마지막에 다 만난다. 내 성장기를 함께 해준 독자들께 조그마한 위안이 되었기를 바라며, 마지막 원고에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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