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우 (홈 아트갤러리)
춘화(春花)는 봄에 피는 꽃을 말한다. 가을에 피는 꽃들은 춘화(春花)가 아니다. 꽃 화(花)자를 그림 화(畵)자로 슬쩍 바꾸어 보면 춘화(春畵), 즉 봄의 그림이다 그렇지만, 봄 그림은 봄 그림인데, 그 뜻은 사람의 봄 그림이다, 사람의 봄 그림이라니? 꽃처럼 사람들도 봄 사람, 가을 사람이 있다는 것인가? 자연의 습성은 동, 식물,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일 년 4계절 중 생명력이 가장 충만한 때가 봄이기 때문이다. 봄은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계절이다, 그렇기 때문에 춘화(春畵)를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조선 건국 이후 성리학의 가부장적 윤리관은 현대 여성들이 볼 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했다, 고려시대만 하더라도 남편이 죽으면 여성은 개가, 삼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는 달랐다, 조선의 윤리관은 여성의 재혼을 윤리적 타락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9대 성종 때 경국대전(經國大典)이 편찬되면서 남성의 가부장제는 법으로 여성이 개가해서 낳은 자식은 벼슬자리를 얻을 수 없도록 제한하였다. 어디 그뿐인가, 남편이 죽고 재혼하지 않은 여성을 절부(節婦)라고 부르게 했고 남편 따라 함께 죽은 여성은 열녀(烈女)라고 부르게 했다. 또한 그런 여성에게는 사회적 명예는 물론, 열녀의 행적을 찬양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나라에서 정문(열녀문)을 세워 주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남성들은 아내가 죽으면 어떻게 했을까. 속현(續絃)이란 그럴 듯한 말을 붙여 재혼은 물론, 축첩제도, 기생제도 같은 법으로 남성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남성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서양 르네상스미술의 천재들 최후의 만찬을 그린 레오나르드 다빈치(1452-1519)와 천지 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1475-1564)와 같이 조선의 르네상스미술 천재 화가는 김홍도(단원)와 신윤복(혜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원과 혜원의 그림은 중국 그림의 모방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기법으로 조선의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이 두 사람의 풍속화는 오늘같이 사진술이 출현하기 전의 조선사회 생활 모습을 그림으로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선여인들의 의상, 헤어스타일, 기생들, 냇가의 아낙네들, 그리고 춘화(春畵). 지구촌 곳곳에 고대에서 중세, 그리고 현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는 성적인 상상력을 그림 혹은 조각으로 묘사한 작품들은 수없이 많다. 단원과 혜원, 이 두 사람 또한 조선의 여성들이 가혹할 정도로 남성위주의 가부장제도 속에서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여성들의 감정을 꼬집어 밖으로 표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들이 남녀 관계를 묘사한 그림을 춘화(春畵)라고 했으며 조각은 춘의(春意)라고 했다. 윤리와 도덕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조선사회에서도 도색그림이 있었다니...
어디 사람들 뿐인가, 꽃들도 나비들도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들은 봄이 되면 짝을 찾아 해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