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미·이란 첫 대면 중대 기로
▶ 협상 전 엇갈린 입장 신경전
▶ 이스라엘 헤즈볼라 충돌 여전
▶ 이란도 말로만 호르무즈 개방
미국과 이란의 대면 협상을 하루 앞둔 10일 양측의 조건부 휴전 조건을 둘러싼 엇갈린 보도가 나오면서 살얼음판이 이어지고 있다. 테이블을 마주하기 앞서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일 수 있지만, 자칫 실제 종전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휴전 결렬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평화 협정 합의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 지도자들은 언론에 하는 것보다 회담 자리에서는 훨씬 다르게 이야기한다”며 “그들은 훨씬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휴전 변수로 부상하면서 회담 전날까지 첨예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휴전 후에도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하자 이란이 ‘휴전 위반’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8일 공습에 따른 사망자만 300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반발을 의식한 듯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공습 자제를 요청했다는 전날 NBC방송 보도 내용을 확인하며 “비비(네타냐후 총리 애칭)와 통화했고, 그는 레바논에서 작전을 자제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가 성명을 통해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와 레바논 정부와의 관계 정상화를 목표로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봉합되는 듯했지만, 수 시간 후 다시금 “레바논에서 휴전은 없다”고 번복하며 혼란을 야기했다.
영국 BBC방송은 10일 오전까지도 이란 외무부 고위 당국자가 대면 협상 참가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면서 “파키스탄에서 준비는 착착 진행 중이지만, 협상이 실제로 열릴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이란 대표단이 파키스탄 수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란 측은 부인했고,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이란 타스님 통신은 레바논에서의 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회담은 중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종전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출발한 JD 밴스 부통령도 10일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밴스 부통령은 전용기 탑승 전 취재진에게 “이란이 선의로 협상할 의향이 있으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내밀 의향이 있지만, 만약 우리와 장난치려고 한다면 그때는 미국 대표단이 그렇게 수용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긍정적 협상을 하려고 한다”며 “대통령이 꽤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줬다”고도 덧붙였다.
레바논 문제가 협상 중대 변수로 부각되자 미국은 국무부 주도로 다음 주 워싱턴에서 미국 이스라엘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예고하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정책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영향력이 이번에도 확인된 만큼, 이스라엘의 입장 변화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전히 이란이 통제 중인 호르무즈해협도 문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대규모 공습을 문제 삼아 이날도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 수를 하루 최대 15척으로 제한하며 사실상 통제 중이라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현재 자국이나 우호국 선박에는 무료 혹은 낮은 비용을 부과하되,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연계된 국가의 선박은 차단하는 차등 체계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과의 휴전 협정이 호르무즈해협의 재개방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지점이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운항에 지속적으로 차질이 빚어진다면 휴전 협정 이행을 둘러싼 이견이 언제든지 표출될 수 있다.
<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