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담-스피커’

2008-01-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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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선(하버그룹 수석부사장)

어느 나라고 해가 바뀌면 으례히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가 있기 마련이다.한국에서의 대통령 연두교서는 아주 관료주의적이고, 일방적인 대통령의 정책 발표에 그치는 인상을 주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자기의 쇼맨쉽도 발휘하면서 청중을 웃기기도 하고 폭소를 자아내기도 하면서 4,50분을 이끌어 나간다.

매년 2월이면 상하 양원 합동으로 모여서 대통령의 연두교서 연설을 듣게 된다. 다음 달에는 마지막 임기를 남겨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있게 될 것이다. 작년의 연두교서 연설은 지난 어느 때보다 무척 인상적이었었다.2007년 2월, 미 의사당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라크를 침공해 놓고 막대한 전쟁비 지출과 예상을 뒤엎은 수많은 젊은 미군 사상자, 대량살상무기는 보이지 않고,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전세가 불리해지면서 고전을 하고 있던 부시대통령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도가 30% 오르락 내
리락 할 만큼 인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고, 게다가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였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하원의장이, 그것도 민주당의 하원의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통령이 의사당에 입장할 때에 장내는 끊기지 않는 기립박수가 한없이 이어졌다. 기어코 부시대통령이 중앙 연단에 자리 잡고서야 얼마 후 박수는 좀 잔잔해지기 시작했다.연단 뒤에 자리잡고 있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향해서 부시대통령은 악수를 청하면서 의장직을 축하하고 의정사상 처음 있는 여성 의장인 것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매담-스피
커’를 연발하면서 환영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경건하면서도 여성을 최고로 존중하는 직함, ‘매담-스피커’는 영어로만이 표현 가능한 멋있는 호칭인 것도 같다. 서로를 마주보며 기쁜 미소와 밝은 웃음을 아끼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은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의 느낌을 최고조로 이끌었을 것이다.과연 인상적이었다. 부시대통령의 연설 중 몇 십번이 넘는 기립박수 때마다 펠로시 의장도 예외없이 일어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200여년의 민주주의가 기반을 잡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것은 미국 국민의 애국심이 표현되는 것과도 같았다.

이와 같은 이들의 애국심이 인기 하락으로 초췌하게만 보이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던 부시대통령을 재선케 만든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정적이면서도 서로 고도의 예의와 칭찬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 나라를 위한 바른 정책이라면 당을 일단 초월하고 같이 뭉치는 애국심을 나타내는 이들의 성숙하고 멋있는 움직임을 볼 때 우리 한국의 대통령과 한국의 국회가 비교되면서 ‘언제나 우리도...’하면서 앞날을 기대햐 본다.

대통령이, 선거 위반되는 발언을 하는 것도 그렇고 위반이라고 하자 ‘이제는 발언하기 전에 선관위에 물어보고 말하겠다’고 했던 것도 그렇고 그러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받아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던 것도 그렇다.이것마저 기각되었으니 이제는 모든 것들이 옛 말이 되어가는 듯 싶다. 머리채를 서로 휘어잡고 계속 싸움같지도 않은, 이유도 없는 싸움을 쉬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회는 국민들에게 미안하고 창피하지도 않은 철면피들의 모임과도 같다. 한국 젊은 세대들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웃찾사’에서나 앞으로 써먹을, 웃기는 대사로나 남을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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