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E, 사기·브로커 수사
▶ 출생시민권 제한 관련
▶ 대법원 심리 속 강경책
▶ 반이민 정책 강화 신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시민권 획득을 위한 이른바 ‘원정출산’ 목적으로 암암리에 이뤄지는 ‘출산 관광(birth tourism)’을 겨냥한 대대적인 단속에 착수했다. 이같은 단속은 연방 대법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 여부가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반이민 정책 기조 강화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최근 내부 지침을 통해 전국 수사요원들에게 ‘출산 관광 단속 이니셔티브’를 최우선 시행 과제로 지시하고, 관련 네트워크 색출에 나섰다고 11일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조치는 한국인 등 외국인 임산부의 비자 신청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돕고, 미국 입국 후 출산을 통해 자녀의 시민권 취득을 알선하는 조직을 겨냥한 것이다. ICE는 특히 금융 범죄, 사기, 조직적 브로커 네트워크 등 불법 요소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이다.
ICE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주도하는 이번 작전은 단순한 출산 자체가 아니라, 비자 남용 및 허위 진술 등 ‘불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방 국토안보부(DHS) 역시 “미국에서 출산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관련 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원정출산을 세금 부담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부모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닐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연방 판사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현재 연방 대법원에서 위헌 여부가 심리 중이다.
행정부는 출생시민권 제한의 근거로 ‘원정출산 산업’을 지목하고 있다. 연방 법무부 측은 “자동 시민권 부여가 수천 명의 외국인 유입을 부추기고, 미국과 실질적 연고가 없는 시민 세대를 양산한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원정출산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2020년 도입된 연방 규정에 따라 관광·상용 비자를 이용해 출산을 주된 목적으로 입국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비자 사기 등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ICE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반대’ 조치의 연장선상이다. 출생 시민권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에 규정돼 100년 넘게 이어져 온 권리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부모 모두 합법 체류자가 아닌 아이의 출생 시민권 부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연방 판사들은 이 명령을 중단시켰고, 최근 이 사건을 구두 변론을 위해 연방 대법원에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변하는 존 사우어 미국 법무차관은 변론에서 출생 시민권이 “급속히 확산하는 출산 관광 산업을 조장했다”며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국가에서 수천 명이 출산 목적으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단속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9년 남가주에서는 어바인을 중심으로 중국인 부유층 대상 ‘출산 숙소’를 운영하던 일당이 대거 기소됐으며, 핵심 인물인 둥위안 리는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미국 내 첫 원정출산 관련 연방 기소 사례로 기록됐다.
다만 원정출산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크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보수 성향 연구기관인 이민연구센터는 2016~2017년 사이 연간 2만~2만5,000명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미국 전체 출생아 수가 약 360만 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원정출산 비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단속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정치·법적 파장을 동반하고 있다. 특히 출생시민권 제한을 둘러싼 연방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여론과 정책 환경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CE는 “합법적 이민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기와 조직적 범죄를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수사 규모나 적발 건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 정책이 추진될 경우 과잉 단속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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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