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반대에도 상원 이어 하원서 아슬아슬 가결…이민단속예산 갈등 일단락
▶ 이민단속 개혁안 여야 합의 무산… “초당적 예산 처리 절차 훼손” 지적도

의회 의사당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방하원이 9일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경순찰대에 대한 700억 달러(약 106조7천800억원) 규모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까지 적용되는 3년 치 규모다. 이로써 이민 단속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장기간 이어져 온 예산안 처리 교착 상태는 일단락됐다.
연방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214표 대 반대 212표로 해당 예산안을 가결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지난 5일 상원 통과에 이어 이날 하원 문턱까지 넘으면서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표결 뒤 "우리는 3년 치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며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해당 예산을 삭감하거나, 예산을 막거나, 예산을 인질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박탈했다"고 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납세자들의 세금이 ICE와 트럼프 대통령의 폭력적인 대규모 추방 기구에 의해 미국 시민들을 표적으로 삼고 잔혹하게 대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월 미네소타주에서 이민 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이민 단속 정책 개혁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ICE 예산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ICE 소관 기관인 국토안보부(DHS) 예산 처리가 지연됐고, 올해 초 국토안보부가 부분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에 들어가면서 공항 보안 검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시민 불편이 발생했다. 이후 ICE와 국경순찰대 예산을 제외한 국토안보부 예산안이 우선 처리됐다.

ICE 예산안 통과 뒤 기자회견하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로이터]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정책 개혁 없이는 ICE와 국경순찰대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이민 단속 요원들의 마스크 착용 금지와 수색영장 취득 의무화 등 민주당이 요구하는 개혁안을 백악관과 공화당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관련 개혁안 합의는 결국 무산됐다.
공화당은 앞서 상원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우회해 단순 과반수 표결로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는 신속 처리 절차를 활용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애초 6월 1일 이전에 해당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백악관 연회장 보안 강화를 명목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10억 달러 예산 편성 요구와 18억 달러 규모 사법 피해자 기금 조성을 둘러싼 당내 이견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연회장 관련 예산 조항은 이번 예산안에서 삭제됐고, 법무부는 사법 피해자 기금 조성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이 주요 정부 기관 예산안을 처리하던 정상적인 초당적 예산 편성 절차를 사실상 포기했다"며 "의회가 예산 합의에 실패할 때마다 이런 방식이 일상화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