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동분쟁의 원인과 해결

2007-08-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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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사태로 국제사회에서 다시금 중동분쟁의 원인에 대한 규명과 해결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속전속결로 끝낸 아프가니스탄전과 달리 이라크전의 장기화에 따른 각종 후유증과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군의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전쟁을 반대하는 민주당이 차기 정권을 이을 경우 이라크전은 명분없는 전쟁에 막대한 희생만 치르고 미국의 자존심만 구긴 셈이 된다.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이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규명한 브루스 커밍스는 좌파 지식인으로 분류되나 한국전쟁에 관한한 학술적 이정표를 쌓은 것이 틀림없다. 남한이 단독정부를 수립하여 분단을 야기시켰고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세계사적 전략 속에서 남한 정부를 지원하여 영구 분단의 불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소 대립과 갈등 속에서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봉쇄정책의 일환으로 남한을 지원했다는 전통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2차대전의 종전과 동

시에 미국은 경제적, 정치적 이권을 내세워 대소 선제 봉쇄정책을 펼쳤다는 수정주의에 입각한다. 특히 커밍스는 한국전쟁의 원인이 된 분단체제의 성립을 한국정치의 내부 분열과 대립에 기인한 내인론과 함께 미국이 공격적 이권 유지를 위해 한국정치에 개입했다는 국제정치학적인 측면에서의 외인론으로 분석한다.

1,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미국은 중세 이래 유럽의 무소불이의 권력 앞에 단지 변방의 신흥국가에 불과했다. 그러나 1차,2차대전을 거치며 유럽은 퇴각했고 미국은 세계사의 중심에 우뚝 섰다. 전쟁 참전국에서 전쟁 주도국으로 변신해 피비린내 나는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며 세계사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국제정치학의 석학인 조세프 나이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민주체제를 갖추고 정치, 경제, 군사력의 하드 파워 뿐 아니라 교육, 문화 등의 소프트 파워까지 각 분야에 걸쳐 월등한 잠
재력을 가진 미국의 힘이 한때 위축될 수는 있어도 결코 퇴조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세력도 미국에 도전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중동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미국의 세계사적 체제 균형을 위한 외교전략을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첫째는 중동지방의 원유 확보와 패권 유지이다. 소련전에서 빈 라덴을 지원하다 9.11을 계기로 제거해야 할 테러의 주역으로 아프가니스탄전을 일으켰다. 또한 후세인 정권을 내세운 미국이 이라크 민주화의 명분을 내세워 독재정권으로 몰아 제거했다. 이는 그들이 테러와 테러지원 세
력이라는 명분에 앞서 미국의 중동지방에서의 패권 유지에 이용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의 확장을 저지하는 차단정책에 기인한다. 미국에 유일하게 도전장을 낸 중국의 잠재력에 미국은 결코 방관하지 않는다. 중동지방의 확보는 중국의 원유 보급을 차단하여 경제성장에 치명타를 줄 뿐 아니라 중동지방으로의 세력 확장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는 이스라엘과의 유대관계이다. 미국 경제성장의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는 유대인의 잠재력은 미국이 무시하지 못할 대상이다. 미국은 유엔에서 이스라엘의 국토 회복에 손을 들어주고 우호관계를 유지해 오며 끊임없이 중동분쟁의 불씨를 만들고 반미감정을 유발시켜 왔다. 그럼
에도 미국의 국익에 일조하며 중동지방에서 패권 유지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과 유대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기댄 한국은 이라크 파병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베트남 파병으로 미국의 경제적 원조를 받은 한국이 한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쌓았다면 이라크 파병은 한국정부의 실리에 얼마만큼 충실할 수 있는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미국의 세계사적 전략 속에 한국이 기댈 수밖에 없다면 자국의 이익과 국제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먼저 그 실리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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