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만장자 늘었지만…‘밀리언’ 가치는 반토막

2026-04-1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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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순자산 100만불 돌파
▶ 30년전의 48만불 수준 불과
▶ 여유로운 삶은 ‘먼 이야기’
▶ “100만불 있어도 부자 아냐”

백만장자 늘었지만…‘밀리언’ 가치는 반토막

요즘 100만 달러의 가치는 30년 전의 48만 달러와 같다는 분석이다. [로이터]

미국에서 순자산 100만 달러를 넘는 ‘백만장자’ 가구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자산 가치 변화로 인해 ‘밀리언’의 의미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이미 100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약 6가구 중 1가구가 백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백만장자가 된 이들 상당수는 여전히 자신을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식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상승이다. 연방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현재의 100만 달러는 30년 전 약 48만 달러 수준의 구매력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오늘날 기준으로 약 210만 달러는 되어야 과거의 ‘백만장자’와 비슷한 재정적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주택 가격 상승은 이러한 체감 격차를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엔트리 레벨 주택 가격이 이미 1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100만 달러는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니라 기본적인 자산 형성의 출발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산 양극화 역시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상위 10% 가구가 전체 가계 자산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평균 자산은 810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하위 절반 가구는 전체 자산의 2.5%만을 보유하고 평균 6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팬데믹 이후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수혜가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이와 달리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공과금,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대금, 유류비 등 생활비 부담 증가로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백만장자가 되더라도 ‘여유로운 삶’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최근 백만장자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서도 “부자가 되었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사치스러운 생활이나 조기 은퇴를 가능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답했다.

이들이 말하는 ‘백만장자의 삶’은 예상보다 소박하다. 특별한 소비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짧은 여행을 떠나는 정도로 자축한 뒤, 다시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의 한 백만장자는 “이제는 장을 볼 때 유기농 딸기를 매번 사는 정도가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만장자의 자산 구조 역시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르다.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은 4~6%에 불과하며, 상당 부분이 은퇴 계좌나 부동산 등에 묶여 있다. 특히 은퇴 자산의 비중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증가했다. 1989년에는 백만장자 자산의 7%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세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오늘날 미국에서 ‘백만장자’라는 타이틀은 과거처럼 부유함을 상징하기보다는, 물가 상승과 자산 구조 변화 속에서 겨우 확보한 ‘재정적 안정’에 가까운 의미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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