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후 세계 강대국의 이해관계 충돌지점에 있었던 한국은 일본패망과 함께 해방을 맞았지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결국 38선 분단으로 오늘까지 대치상태가 계속 되고 있다. 이러한 남북대치의 대화통로는 초기의 미소공동회담을 비롯하여 6.25 후로는 군사정전위원회, 근래에 와서는 남북정상회담, 적십자 회담, 장관급회담 등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베이징에서 열렸던 4차 6자회담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휴회에 들어갔다. 북한은 국제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6자 회담에는 복귀했지만 핵 이슈에 관한 한 전혀 국제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체제보장, 불침보장, 경제원조를 당근으로 내 놓았지만 북한은 핵탄 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의도이다. 다음주에 열릴 6자 회담에서 핵 이슈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예측불허이지만 결렬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를 보면 우여곡절 속에서 회담이 극적인 타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론이 좀 우세한 것 같다.
지금 한국은 친김(親金)-반김(反金) 진보-보수 세력들의 줄다리기가 치열하다. 친김은 반미(反美) 세력으로 대변되고, 반김은 친미(親美) 세력으로 대변된다. 정부 안에도 진보세력이 포진해 있어 가능한 대북지원 등 북한의 의도를 좇아가려는 경향이고, 여기에 고무되어 사회 일각에서는 친김의 좌파세력이 반미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번 남의 8.15행사만 해도 정부 측 행사는 거의 친북적인 행사였다. 매스컴을 탄 것은 노무현 대통령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아닌 북한의 노동당 비서 김기남이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6.25사변은 통일전쟁, 맥아더 장군은 전쟁광, 미국은 생명을 앗아간 원수’라며 김일성-김정일의 주장을 공공연하게 대변하는 글을 인터넷 매체에 올려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는 한국전쟁으로 4백만이 희생 당한 것은 미군 참전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왜 미군이 참전하여 한국을 공산 침략에서 방어했고 지금은 한국이 번영하는 자유 민주국가가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
남쪽에는 소위 진보, 반미의 친김세력들이 활개치고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북쪽이 원하는 통일방식을 남쪽이 쉽게 따라 가겠는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비록 지금은 남이 북을 돕는 형국이고, 겉으로는 가까워져 가고 있는 듯한 모양새지만, 실상은 양쪽의 이념이 서로 융화될 수 없는 커다란 차이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남쪽은 이미 자유경제와 민주주의 방식의 정권교체 체제가 체질화 되어있고, 북은 사회주의 통제경제와 권력독점 체제를 벗어날 수 없는 깊은 골짜기까지 빠져든 상태이다. 북에서의 이런 체제 포기 및 변화는 지금은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남쪽의 친김세력들도 이러한 이질적 기본 요소들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 선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정전협정을 북-미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북의 주장을 외면하던 미국이 최근 북핵 6자회담을 남북의 평화가 관여되는 6자평화협정 회담으로 이어가자고 제안하고 또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도 논의해 보자는 것은 놀라운 자세전환이다. 이것은 북핵을 해결함과 동시에 북의 주장에 대해 명분을 주면서 남도 협정 당사자로 체면을 유지시켜주자는 절묘한 제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도 북핵이 6자회담으로 합의점에 이르렀을 때 성립될 수 있는 얘기이다.
이번 6자회담에서 만일 합의점에 도달하면 남북의 대치 상황에도 변화가 올 수 있을까? 남북 대화의 통로는 열렸지만 남북한 군인들이 주야로 경계하면서 지키고 있는 소위 38 철책선이 가까운 장래에 철거되지 않을 것 같으니 진정 남북의 대치상황은 여전히 계속될 것 같다.
장윤전 <볼티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