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갈등은 현재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2026-05-15 (금) 07: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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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지 / 변호사 Prosper Law PLLC 대표

가정법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복잡한 마음을 안고 다급하게 사무실에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배우자와의 갈등이 깊어진 상태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갑작스럽게 이혼을 통보 받고 당황한 채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양육권, 양육비, 생활비, 재산분할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있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해하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상담할 내용을 조금만 정리해서 가시면 훨씬 더 정확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정법 상담은 단순히 답답한 사정을 털어놓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고 필요한 대응을 준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이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일입니다. 어떤 분에게는 이혼 절차 자체가 급할 수 있고, 어떤 분에게는 자녀 문제나 생활비 확보가 더 절박할 수 있습니다. 또 어떤 분에게는 재산분할이나 상대방의 재산 은닉 여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일 수 있습니다. 상담 전에 “내가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한 번 정리해 보시면 상담의 질이 훨씬 좋아지게 됩니다.

또한 가정법 문제는 감정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지만, 법적으로는 결국 구체적인 사실과 시간의 흐름이 중요합니다. 언제부터 갈등이 심해졌는지, 언제 별거가 시작되었는지, 현재 누가 자녀를 주로 돌보고 있는지, 생활비는 어떤 방식으로 부담되어 왔는지 등 사건의 흐름을 차분히 정리해 두면 상담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기억에 의존해 그때 그때 떠올리는 것보다, 본인의 상황과 사실관계를 시간 순서대로 한번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상담에서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감정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너무 힘들게 한다”는 말도 물론 이해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외도가 있었다” “가정폭력이 있었다” “생활비를 끊었다” “자녀 문제에 협조하지 않았다” “약속한 내용을 번복했다”와 같은 구체적인 사실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변호사는 이러한 사실을 통해 쟁점을 파악하고, 법적으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를 검토하게 됩니다.


아울러 상담 전에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하고 싶은지, 자녀와 관련된 부분이 가장 중요한지, 경제적인 안정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 지에 따라 상담의 방향과 전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내가 반드시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한편, 폭력이나 위협, 자녀를 둘러싼 긴급한 문제, 재산을 급히 처분하려는 정황 등 즉시 대응이 필요한 사정이 있다면 상담 초기에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일반적인 협의나 장기적인 전략 이전에, 우선적으로 보호와 긴급한 법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첫 상담은 모든 문제의 해답을 한 번에 얻는 자리가 아닙니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핵심 쟁점과 유의할 점,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정리하는 첫걸음에 더 가깝습니다. 이혼과 가정법 문제는 감정의 문제를 넘어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처음 상담부터 차분하고 정돈된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전에 생각을 조금만 정리해 두어도 불안은 줄어들고, 해결의 방향은 한층 또렷해질 수 있습니다. 좋은 상담은 현재의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법적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문의 (703)593-9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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