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8.15 남북 공동 축제

2005-08-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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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희 <베데스다, MD>

워커힐호텔에서 북한 대표들을 맞이하는데 5월에 북한을 방문했을 때 동석했던 정기풍 교수가 함께 와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다. 사람이란 어려운 조건에서도 자주 만나면 가까워진 기분이 되는 모양이다. 남북한 친선 경기를 위하여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가는 사이 북한 간부들이 동작동 국립 묘지를 방문했다고 한다. 보도를 통해 들으니 이견이 분분하다. 이념을 달리 50년 분단의 결과라 생각된다. 남북 대표들이 축사를 하고 경기가 시작되어 남북 모든 선수들에게 응원의 박수와 함성을 보내는 모습은 한민족의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장충체육관에서 8.15 행사를 했다. 북측 안경호 위원장은 경축사를 통해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족이 갈라진 것은 외세에 의한 거라며 항변한다. 수천 명의 남한 사람과 해외 동포들이 모였고 보도를 통해 수천만 국민들이 보고 들을 텐데 내용이 아쉬움이다. 남한측의 축사는 조연 정도로 느껴지며 해외 대표로 곽 아무개 씨의 축사는 내용을 듣노라니 지루함이기 전에 미국의 정적 프랑스의 교민다운 연설이라 생각하며 사람이 치우치면 저럴 수도 있구나 하며 안타까운 정도를 넘어 개탄스럽다. 이제는 분단된 조국을 타국에 돌리며 비이성적으로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으로 고민하며 도전하는 자세가 간절하다. 행사가 끝나고 나오는데 하나된 남북 지도를 흔드는 그룹 중에 한 명이 눈물이 온 얼굴에 범벅이 되어 흐느끼는 모습으로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하나 라고 목청을 높여 합창한다. 신상을 물으니 부산에서 올라온 백두에서 한라 통일걷기대회 멤버란다. 무엇이 저리도 여학생에게 감동을 주는지.
점심 후 다시 장충체육관으로 가 남북 해외 동포가 혼합이 되어 통일 친선 게임을 했다. 역시 체육은 국민의 마음을 화합할 수 있구나 생각되었다. 세종 회관에서 무애 지무 라는 국악을 보면서 감탄과 감탄을 거듭했다. 나오면서 북측 간부에게 관람 소감을 물었더니 본 것이 있어야지 라고 통명스럽다. 일반적인 대화는 부드럽고 진지하지만 특별한 주제는 예민한 반응이다.
저녁 만찬에는 테이블마다 북한인 2명, 해외인 2명, 내국인 6명, 국회의원 1명씩 배정되었다. 여러가지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되던 중에 소프라노가 청중이 매료되도록 노래하는데, 옆에 앉은 남한의 최 모 변호사가 크게 불평한다. 송 아무개 씨가 작사 작곡하고 월북했다 하여 금지곡으로 되었다가 이 은상 씨가 가사를 지어 곡을 그대로 한 노래인데 이런 날 저런 노래를 한다며 발끈한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에게 내용을 설명한다. 나는 그 사람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사람이 아는 것을 선용하면 득이 되고 선을 이루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고 피폐해진다고. 변호사답게 반격해 온다. 나는 다시 귀하께서 인격자라면 주최측이나 공연 담당자에게 조용히 타일러주는 게 현명하고 백해 무익한 언변을 삼가라고. 이번 행사를 참가하면서 많은 경찰의 경호를 받으면서 행사를 치루게 됨이 마음을 착찹하게 한다. 물론 만의 하나를 염려하는 생각에서였겠지만.
나의 작은 욕심은 조금은 느려도 합의된 국민적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국민의 마음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어떠한 큰 뜻과 좋은 사관일지라도 어렵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지 않은가. 행사 중 열심히 북측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했었는데 자유주의와 집단주의의 벽은 아직도 소연함을 느끼면서 50년의 세월이 너무 길었구나 실감한다. 50년을 이념을 달리 살아온 터에 성급한 통일 기대는 어렵고 더욱이 정부 관계자들의 지나친 성과에 집착하다보면 그들의 의중을 제대로 감지하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모두가 인내하며 적은 물이 큰 저항을 받으며 유유히 흐르듯이 평화 통일의 소망을 가지고 다양한 교류가 지속되어 경직된 마음이 순화되고 북한 경제가 부흥되면서 위도로서 38선은 영원히 존재하지만 조국을 양단하는 38선은 없애야 할 우리국민 모두의 소명이기에.
이동희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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