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의 시간
2005-07-08 (금) 12:00:00
하늘에는 해와 달, 그리고 별이 있다. 이것들은 우리에게 각기 다른 상상에 잠기게끔 해준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우주공간 또한 그렇다.
연세가 높으신 엄마는 치매가 있으시다. 나도 오랜 인생살이를 겪다가 모두와 같이 치매현상을 겪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형편상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서 전화로 생각과 마음을 느끼는 친구가 있다. 엄마의 치매현상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인즉, 오랜 세월을 삶에 시달려온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평안의 시간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에 어떤 전율이 흐르는 것 같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밝은 지식도 없는 우주가 떠오른 거다. 어렴풋이 떠오른 무중력 공간에서 우주인이 공중에 떠다니는 모습이 그려진 거다.
엄마는 지금 세상살이의 슬프고 괴로운 일에 관여할 필요 없이 지내신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로 치매에 걸리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내 자신이 가엾기조차 했다. 또, 미쳤다고 조롱의 눈길로 대하는 광인. 그네들도 사람으로서 할 일은 뭐든지 하면서 지낸다. 그 사람이 미친 건지, 우리가 틀린 것이지 헷갈릴 때가 많다. 단지 그가 미쳤고 틀린 거로 결론을 얻은 것은 그저 다수의 의견에 따른 것뿐인 거다. 절름 나라에서는 똑바르게 걷는 것이 틀린 것이다. 또한 절뚝 나라에서 사뿐사뿐 걷는 사람은 웃기는 몰골로 걷는 것이다.
조금도, 때로는 많이 바르게 지내지도 못하면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생들에게 얼마간의 휴식이 필요한 듯 하여 무중력 상태에서 지내게 하셨다.
이런 것을 깨달은 탓에 지금 나는 엄마 걱정을 안 한다. 80여 년을 분주히 움직이느라 지친 몸과 마음이 평안을 누리므로. 치매에 안 걸리겠노라 피곤하게 지내기 전에 이 진리를 깨달았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지 모르겠다.
새롭게 찾아온 생각대로 가끔은 멍하니 창 밖에 자리한 숲에서 노니는 다람쥐와 새에게 눈길을 준다. 그러면서 우주 중에 자리한 무중력 공간처럼 자리한다. 그래, 자리할 뿐이다. 생명을 존속시키는 산소를 흡입하면서.
엄마가 이 세상에 계신다는데 힘을 얻는다. 비록 무중력의 상태지만 막내인 나를 알아보신다. 더 이상 기(氣)를 쓰시지 않으니까 혹시 생명은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놀랍고 우스운 발상으로 위로를 삼을 뿐이다.
김부순/<버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