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캐나다 잠수함 60조 잭팟
2026-06-04 (목) 12:00:00
김광수 한국일보 논설위원
1919년 봄 제암리 마을이 불탔다. 캐나다 선교사 스코필드가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3·1운동 현장을 누비며 일제의 만행을 고발했다.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33인에 더해 훗날 그를 ‘34번째 민족대표’로 불렀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안장된 유일한 외국인이다. 한국전쟁 포성이 울리자 캐나다는 병력 2만6,000명을 보냈다. 500명 넘는 청년이 생면부지의 타국에서 목숨을 바쳤다. 그렇게 싸워 대한민국을 지켰다.
■ 전쟁이 끝나고도 관계를 이어갔다. 캐나다산 밀가루로 보릿고개의 허기를 버텼다. 캐나다 자본과 기술은 폐허를 딛고 일어선 산업화 초기의 버팀목이었다. 자원 개발과 투자 협력이 잇따랐다. 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태평양 건너 북미시장으로 향했다. 캐나다는 2015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2024년 양국 외교·국방 장관(2+2) 회담이 열렸다. 전장에서 곁을 지킨 전우가 경제와 안보 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됐다.
■ 캐나다는 세계에서 해안선이 가장 긴 나라다. 20만㎞가 넘어 지구를 여섯 바퀴 두를 수 있다. 그런데도 고작 노후 잠수함 몇 척으로 버텨왔다. 영국에서 퇴역 잠수함을 들여와 운용하다 화재와 좌초, 수리를 반복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에 신형 잠수함 12척을 새로 도입한다. 건조비 20조 원, 향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을 더해 6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해 K방산 수출액(약 22조 원)의 3배에 육박한다.
■ 캐나다가 바라는 건 단순히 성능 좋은 잠수함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을 통해 자국 산업의 생태계를 바꾸고 안보 구조를 새로 짜길 원한다. 캐나다의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풍성한 선물 보따리가 절실하다. 한국과 맞붙는 독일은 캐나다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으로 묶여 우리와 출발선이 다르다. 얼마나 차별화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와 재계가 원팀으로 수주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목표로 내건 4대 방산강국 진입의 성패가 달렸다. 한국과 쌓아온 오랜 인연의 실체가 드러날 캐나다의 선택이 임박했다.
<김광수 한국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