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상논단] 중러 공동성명이 던진 한반도의 먹구름

2026-06-04 (목) 12:00:00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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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열린 ‘중국·러시아 정상회담’은 세계 질서, 역내 질서,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 측면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이후 불과 나흘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안방으로 불러들였다.

중러는 무려 21쪽에 달하는 ‘진일보한 전면적 전략 협조 강화와 선린 우호·협력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 없이 각자가 전파하고 싶은 내용만 담은 자료를 사후에 공개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미국 측 팩트시트는 2쪽이 채 되지 않는다.

중러는 ‘다극적 국제질서’와 ‘보다 공정한 국제 거버넌스’라는 세계관을 공유했다. 북한이 강조하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다극 질서’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반미·반서방 담론임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패권주의와 일방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고, 타국의 주권을 침범하고 타국의 경제·과학기술 발전을 억압하며 다극 세계를 구축하려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장애물을 설치하려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를 풀어보면 중러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하고 이란을 침공하는 등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중국에 고사양 반도체와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등 자유무역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결국 미국을 초강대국의 지위에서 끌어내리고 중국이 미국에 상응하는 패권국이 되는 다극 질서로의 귀결을 단언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과정에서 중국 편에 서겠다는 또 한 번의 선언을 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은 북중러로 이어지는 삼각 협력 구도를 중심으로 반미 진영을 공고히 해서 미국 ‘진영’을 누르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러는 노골적으로 북한 편을 들고 한국을 저격했다. 북한 비핵화 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나아가 “외교적 고립, 경제제재, 무력 압박 등을 수단으로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천명한다. 대신 북중러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두만강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 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분 아래 무역 투자, 교통, 에너지, 디지털 경제, 농업, 관광, 환경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중러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한 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이것이 안 되더라도 삼국의 협력 사업을 통해 북한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반면 중러는 북핵으로 실존적 위협에 놓인 한국이 미국과 추진하는 억지 전략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상 한국을 특정해 “비핵무기 보유 국가의 발사 전 능동 억제, 심층 정밀 타격, 킬체인, 반격 능력 등에 반대한다”고 명시했다. 또 적에 대한 참수, 무장 해제가 공격받는 국가에 대한 전략적 위협으로 ‘심각한 불안정 요소’라고도 직격했다.

이 모든 것은 그간 한미가 발전시켜온 맞춤형 확장 억제와 핵·재래식 통합(CNI)의 기본 요소이다. 중러의 주장은 북한 핵은 자국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한미의 노력은 ‘안보를 파괴하는 도발적 행위’라는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주장의 말미에 중러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선언을 포함한 것이다. 결국 온전히 북한 편을 들면서 한미에 대항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중러의 밀착이 강화되는 반면 한미일 협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일 동맹은 지난해 3월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의 해상 훈련을 마지막으로 1년 가까이 삼국 훈련이 중단된 상태다. 올해 들어 미국이 제안했지만 한국이 여러 이유로 사실상 거부하고 미일만 훈련하는 행태가 표출된다.

그렇다면 한국이 아무리 ‘자주국방’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북중러 연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여기에 한국 정부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우려한 ‘정치적 편의’에 의한 전시작전권 전환을 전력을 다해 추진 중이다. 한국의 안보는 안전한가.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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