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질·시간의 균열 속 피어나는 ‘생성의 순간’

2026-05-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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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애자 작가, 한국서 초대전

▶ 대구 ‘갤러리 전’ 개관 22주년
▶ 신작 포함 40~50여 점 공개

물질·시간의 균열 속 피어나는 ‘생성의 순간’
LA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화가 강애자 작가가 대구의 현대미술 공간 갤러리 전(Gallery Jeon) 개관 22주년 기념 초대작가로 선정돼 오는 6월 한 달간 개인전 ‘Points of Emergence’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강애자 작가의 16번째 개인전으로, 100호 대형 작품 6점을 비롯해 약 40~50여 점의 신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출품작 전체는 모두 2026년에 제작된 최신 작업들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서 강애자 작가는 물질과 시간, 그리고 내부 에너지의 움직임을 화면 위에 응축된 형태로 풀어낸다. 작가는 수십 겹의 레이어와 반복, 건조와 침식의 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균열 구조를 형성해 왔으며, 화면에 드러나는 균열을 단순한 파괴의 흔적이 아닌 ‘생성의 지점(points of emergence)’으로 제시한다.


그의 작품 속 검은 수평 구조와 안개처럼 스며드는 층위, 물질의 흐름은 긴장감과 침묵이 공존하는 명상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이번 신작들은 이전 작업보다 더욱 응축된 화면 구성과 깊어진 물질성을 통해 시간의 축적과 침묵의 밀도를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 대신, 천천히 드러나는 감각의 층위를 통해 관객이 보다 느린 호흡으로 작품과 마주하길 기대하고 있다.

강애자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를 단순한 이미지 재현이 아닌 “시간과 물질, 몸의 행위가 축적되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살아 있는 표면”으로 바라본다. 작업 과정에서 물감과 한지, 혼합 재료들은 반복적으로 쌓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밀어내고 저항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축적의 과정 속에서 화면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형성되고, 어느 순간 그 압력이 표면을 뚫고 균열의 형태로 드러난다.

작가는 이러한 균열을 “내부에 머물러 있던 에너지가 외부로 드러나는 생성의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균열은 손상이나 실패의 흔적이 아니라, 잠재된 존재가 형태를 얻어 표면으로 올라오는 문턱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회화는 붕괴나 파괴보다는 ‘출현’과 ‘생성’에 가까운 세계를 지향한다.

강애자의 작업은 철저한 통제와 동시에 자연에 대한 위임 속에서 완성된다. 작가는 레이어의 밀도와 화면의 리듬, 물질의 긴장을 조율하지만, 습도와 온도, 중력과 증발, 시간의 흐름 역시 작품 생성 과정에 적극 개입하도록 남겨둔다. 그는 “약 70퍼센트는 구조화된 의도이고, 나머지 30퍼센트는 자연에 맡겨진다”고 설명한다.

최근 작업들 속 형태는 바위나 지형의 파편처럼 보이는 동시에 씨앗이나 세포, 생명체의 몸처럼 읽히기도 한다. 오래된 시간의 흔적처럼 느껴지면서도 여전히 변화 중인 상태를 암시하는 이중성은, 물질을 고정된 대상이 아닌 기억과 잠재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반영한다.

강애자 작가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주요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이어오고 있으며, 국내 대표 아트페어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KIAF SEOUL에도 100호 대형 작품들을 출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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