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드보르작에서 ‘바위섬’까지…“세대를 잇는 사랑”

2026-06-05 (금) 12:00:00 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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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은 바이올린 협연 리뷰

▶ “깊은 서정성·열정 넘치는 연주…산불 상처 어루만지는 위로·희망”

드보르작에서 ‘바위섬’까지…“세대를 잇는 사랑”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 [세인트 매튜스 제공]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으로 널리 알려진 체코의 국민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1841~1904)은 고향의 민속음악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음악에 담아낸 작곡가다. 또한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Op.53)’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다. 이 곡은 베토벤이나 브람스, 차이콥스키의 협주곡만큼 자주 연주되지는 않지만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숨은 명곡으로 꼽힌다.

지난 5월29일 퍼시픽 팰리세이즈 세인트 매튜스 교회에서 열린 세인트 매튜스 체임버 오케스트라 시즌 피날레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유은이 바로 이 드보르작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현재 세인트 매튜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는 김유은은 드보르작 특유의 노래하는 선율을 섬세하게 살리면서도 민속춤을 연상시키는 리듬과 에너지를 힘차게 이끌어갔다. 때로는 질주하듯 앞으로 나아가고, 때로는 따뜻한 서정성을 들려주며 드보르작 음악이 지닌 인간적인 온기와 열정을 여유롭게 펼쳐 보였다.

그런데 이날의 감동은 협주곡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가곡집 ‘집시의 노래’의 No.4인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는 어머니가 불러주던 노래를 기억하며 이제는 자신이 그 노래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순간을 노래한 작품이다. 부모의 사랑이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김유은은 드보르작 협연을 준비하면서 이 곡을 떠올렸고, 대신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부르던 노래를 앵콜곡으로 선택했다. 지금은 5개월 된 아들 엘리안에게 자장가처럼 들려주는 한국 가요 ‘바위섬’이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사랑은 이제 아들 엘리안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그 마음은 선율을 타고 이 노래를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따뜻하게 전해졌다.

공연이 열린 퍼시픽 팰리세이즈는 대형 산불이 지나간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곳곳에 빈터가 남아 있고, 간간이 리모델링 중인 집들과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들이 눈에 띈다.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상실감과 허무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뉴스에서는 점차 잊혀지고 있지만 많은 주민들이 여전히 재건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의 사랑과 기억을 담아 아름다운 자장가로 재탄생한 ‘바위섬’은 듣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듯 어루만져 주었다.

공연 후 이어진 뜨거운 박수와 갈채는 훌륭한 연주에 대한 찬사인 동시에 음악이 전한 진심에 대한 공감의 표현처럼 느껴졌다. 김유은은 드보르작 협주곡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었고, ‘바위섬’을 통해서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세대를 이어가는 부모의 사랑을 담담하게 전했다.

이것이야말로 음악의 힘이 아닐까. 돌아오는 길, 유난히 밝은 달빛 아래 펼쳐진 아직은 황량한 거리들이 언젠가 다시 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채워지기를 조용히 기도해 보았다.

<손영아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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