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오페라와 정치
2026-05-11 (월) 12:00:00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
1861년 이탈리아의 초대 의회 의원 선거가 북부 사르데냐 왕국에서 치러졌다.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독립한 이탈리아가 국가의 틀을 갖추기 위해 처음으로 의원을 뽑는 선거였다. 당선된 의원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오페라의 왕’으로 불리는 주세페 베르디다.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아이다’ 등 수많은 걸작 오페라를 쓴 베르디는 작곡가로서 명성이 높았지만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베르디가 이탈리아 건국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초대 의원이 된 데는 그의 이름이 한몫했다.
■1800년대 중반 이탈리아 독립운동은 사르데냐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가 주도했다. 당시 이탈리아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가 많이 상연됐는데 관객들은 오페라가 끝나면 “비바 베르디(Viva Verdi·베르디 만세)”를 외쳤다. ‘베르디 만세’라는 표현 속의 베르디는 물론 작곡가 베르디를 지칭하지만 ‘이탈리아의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Vittorio Emanuele Re D’Italia)’의 약자를 따온 ‘VERDI’를 상징하기도 했다.
■오페라가 끝나면 관객들은 “비바 베르디”를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이는 베르디에 대한 찬사이자 이탈리아 독립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베르디가 의원 선거에 나선 건 평소 존경하던 정치인 카밀로 카보우르의 요청 때문이었다. 카보우르가 세상을 떠나자 그도 정치계를 떠났다. 클래식 유명 작곡가 가운데 정치와 직접 관련됐던 인사는 베르디가 사실상 유일하다.
■내년 9월 예정된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공연으로 이탈리아 ‘스칼라 극장’의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를 초청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다. 105억 원의 큰 예산이 필요한 이 개관 행사가 지역 예술인 지원을 외면한 전시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3 부산시장 선거전에서도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됐다. 정치적 논란을 넘어 오텔로가 초연된 스칼라 극장의 솜씨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기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역 예술·문화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문화 상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는 묘미가 필요하다.
<홍병문 /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