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르신들이 모인 어느 모임에서 흥미로운 토론이 벌어졌다.
“부부웬수”를 주장하는 한 할머니께서 유쾌하고도 통쾌한 연설을 펼치자, 청중은 마치 앙코르를 외치듯 박수와 웃음으로 응답했다. 이어 “부부 동반”의 중요성을 강조한 할아버지께서 조용한 미소와 함께 발언을 시작했다. 순간, 분위기는 잠시 낯설고 어색해졌지만, 이내 서로를 웃으며 바라보고, 웃으며 대답하는 따뜻한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서로 반대되는 의견이었지만, 그 자리에는 적대도, 고집도 없었다.
오히려 ‘다름’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웃음을 나누는 여유와 품격이 있었다. 말과 표정이 다를 때는 표정을 따른다는 말처럼, 따뜻한 미소가 대화를 이끌었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획일성과 일치된 의견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며 웃음으로 소통할 때 비로소 빛난다. 특히 연륜과 지혜가 어우러진 어르신들 사이에서 그런 장면을 목격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이다.
나는 어릴 적, 신문을 펼치면 늘 사설부터 읽었다. 사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설보다 칼럼을 더 자주 읽게 된다.
사설이 신문사의 공식적인 목소리라면, 칼럼은 한 개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글이기 때문이다. 사설이 연설이라면, 칼럼은 대화이다.
나는 칼럼을 통해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고, 조용히 교감하는 기쁨을 누린다.
그중에서도 고(故) 이철 선생님의 글을 즐겨 읽었다. 그분은 한국 사회의 최대 위험 요소인 이혼과 자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며, 아픈 시대의 상처를 보듬는 글을 많이 남기셨다.
이혼과 자살은 과거엔 낯선 단어였다. 1948년, 한국이 독립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그런 단어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국으로 우뚝 섰다. 바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변화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 부흥과는 반대로, 요즘 한국은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혼, 자살, 그리고 저출산. 이대로 간다면 한국인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들린다.
하지만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위기(危機)’란, ‘위험’과 동시에 ‘기회’를 뜻한다. 지혜롭고 용감한 사람은 그 위기를 발판 삼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다.
한강의 기적이 그 증거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또 한 번의 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 해답이 바로 시니어, 어르신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분들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생의 에너지는 엄청난 힘이 된다.
저는 이것을 SENERGY라 부른다.
지금은 SENERGY의 시대이다. 60세에 인생이 끝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금은 ‘100세 플러스 시대’,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이다.
시니어 여러분,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당신들의 지혜와 경험이야말로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힘이다. SENERGY의 힘이 모인다면,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이번에는, 한반도의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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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 칼럼니스트 감사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