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3일, 윤대통령의 뜬금없는 위헌(違憲) 비상계엄 선포로 온 국민과 해외의 한인들을 어마하게 놀라게 하고 세계의 이목을 끈지 100여 일이 지났다. 단 몇 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해제되었다. 이는 ‘보통사람, 인간다운 삶,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민본(民本) 민주(民主) 평화(平和)를 지향하는 시민들과 정치세력의 승리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천운(天運)이다.
풍전등화(風前燈火)의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긴 것이다. 다 죽었던 시민의 기본권, 언론출판 집회의 자유, 민주주의, 민생(民生)이 기사회생(起死回生)한 것이다. 만일 비상계엄이 조기 해제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찌되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그러나 살벌과 폭압의 비상계엄 해제 100여 일이 넘었고, 국회의 탄핵안 통과와 헌재(憲裁)의 탄핵 심리를 마친지 이미 여러 날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탄핵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많은 우려와 답답함이 있다. 이 와중에 윤대통령은 계엄령은 계몽령이라 우기며,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말과 적반하장의 태도로 변명하며 끊임없이 정치적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헌재의 시간’이 길어지는 사이 탄핵 찬반을 놓고 국민 분열과 사회 혼란이 깊어지고 있다. 연일 수십만 명이 모이는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탄핵 찬반 시국선언이 나오고 있다. 탄핵 반대자들의 헌재 겁박과 판사 위협이 공공연하며, 내전(內戰)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격한 모습도 보인다. 일부 극우적 성향의 기독교단체와 교회들도 세(勢)를 모아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과 한참 동떨어진 행동이다. 슬프고 마음 아픈 일이다.
위헌(違憲), 불법 대통령 탄핵은 사법적으로 그렇게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오래 끌 일도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중요한 책무를 저버렸으니 마땅히 탄핵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첫번째 책무는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다. 대통령은 취임식 때, 국민 앞에 선서를 통하여 이를 약속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의 첫번째 약속이 헌법 준수다. 국민의 기본권과 안전, 나라의 영토, 그리고 헌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윤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외면하고, 살벌하고 폭압적인 비상계엄을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민주주의 억압을 시도하였다. 법에 따라 당연히 파면되어야 한다.
오늘날 같은 헌법이 없었던, 고대사회에서도 왕이 제대로 나라를 이끌지 못하면 비판과 탄핵을 받았다. 성경을 보면 나단 예언자는 다윗왕이 장군의 아내를 취하는 불의를 행하자 죄를 지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오”(사무하 12:7) 질타하였고, 아모스 예언자는 불의한 왕에게 칼에 맞아 죽을 것이라는 선언을 하였다.(아모스7:11) 그런가 하면 맹자는 이미 기원전 3세기에‘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곧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국가)이 다음이며, 군주가 가장 가볍다는 민본(民本)적 가치를 토대로, 왕도 잘못하고 민(民)을 하찮게 여기면 갈아치워야 한다는 ‘왕바꿈’을 말한 바 있다. 탄핵의 목적은 바른 지도자를 세워,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위헌 불법을 행한 대통령은 탄핵되어야 한다. 물론 탄핵 여부는 헌재가 결정할 것이다. 자신 또한 완전하지 못한 종교인으로서 누구를 탄핵하자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분명 할 일이 못된다. 그럼에도 탄핵을 주장하는 것은 이것이 한 개인에 대한 미움이나 정치적 입장 때문이 아니라, 탄핵이 나라의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고, 민본(民本) 민주(民主) 사회의 토대를 확립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어 모두가 사람다움을 실현하며 따듯하고 평화롭게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탄핵이 국민 대다수의 사회의식과 시대정신의 바탕인 상식(常識)을 회복하는 일이요, 바닥에 떨어진 국격(國格)을 다시 되찾는 길이기 때문이다. 탄핵이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갈라진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팍팍해진 민생과 경제를 다시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탄핵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새역사를 열어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함께 인간다움을 누리며,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넘치는 세상으로’(아모스 5:24)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