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감세안 연방하원 통과… 공은 상원으로

2025-05-23 (금) 12:00:00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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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 215·반대 214로 의결
▶ 전기차 공제 연말 조기종료

▶ 메디케이드 축소 등 포함
▶ 하원안 수정 진통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이 진통 끝에 연방하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연방하원은 22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규모 감세 법안을 찬성 215표, 반대 214표 가결 처리해 연방상원으로 보냈다. 단 1표 차이로 통과된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와 사회복지 지출 삭감 등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칭한 이 감세안은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돼 왔으나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인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과 함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세, 전기차 구입시 세액 공제 폐지, 메디케이드 및 SNAP(푸드스탬프) 등 각종 사회복지 지출 감축 등이 세부 내용이다.

하지만 의회예산국(CBO)은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 적자가 약 3조8,000억 달러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메디케이드 등 각종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물론, 노년층을 위한 메디케어 예산까지 크게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어 앞으로의 상원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 세금 감면

법안의 핵심은 4조 달러 가까운 세금 감면이다. 세부적으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팁과 초과 근무 소득에 대한 면세 ▲65세 이상 최대 4,000달러 세액 공제 ▲자녀 1인당 세액 공제(child tax credit)를 현재 2,000달러에서 2,500달러로 인상 ▲연방 소득세 신고시 표준 공제액을 개인 1만6,000달러, 부부합산 3만2,000달러까지 상향 ▲미국 생산 자동차 구입 시 대출 이자를 과세 소득에서 공제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재산세 등 지방세(SALT) 공제 상한액을 현재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네 배 인상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기업 대상으로는 연구 및 투자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 공장 건설에 대한 세금 감면 등이 제공된다. 반면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납세자의 경우 건강보험료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가 금지된다. 또 법안에 따르면 자녀 세액 공제를 위해서는 부부 합산 소득 신고 시 부모 모두에게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요구되는 등 수혜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 메디케이드 및 SNAP 축소

1조 달러 이상의 예산 절감을 위해 저소득층 등을 위한 정부 건강보험 ‘메디케이드’와 식비 보조 프로그램 ‘SNAP’ 수혜 자격이 크게 강화된다. 메디케이드 개편안은 2026년 12월31일부터 19~64세 사이 성인 수혜자를 대상으로 매달 최소 80시간의 근로 또는 자원봉사 참여, 교육 프로그램 등록 등을 요구하는 것이 최대 변화다. 신체적 능력이 있음에도 경제 활동 등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대해서는 메디케이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입자들은 연 2회 수혜 자격 확인을 위한 서류 제출이 요구된다. 연방 빈곤선 100%를 초과하는 소득을 버는 이들은 일부 의료 서비스에 대해 최대 35달러까지 본인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 외에 100만 달러가 넘는 주택 소유자는 메디케이드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또 뉴욕 등 불법체류자에게 메디케이드 가입을 허용하는 주에 대해서는 연방정부 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도 담겼다.

SNAP 프로그램 역시 수혜 자격이 강화된다. 현재는 부양가족이 없는 54세 이하 수혜자를 대상으로 매달 80시간 근로가 요구되지만, 개편안은 7세 이상의 자녀를 둔 사람을 포함해 64세까지 근로 요건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개편안에는 SNAP 수혜 대상을 미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은 개편안이 현실화될 경우 해당 프로그램에 의존해온 저소득층 수혜자 수백만 명이 지원을 잃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 메디케어도 삭감 우려

대규모 감세 법안에 직접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지만 65세 이상의 정부 건강보험 ‘메디케어’에 대한 대규모 예산 삭감 우려도 나온다. CB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세안이 현실화될 경우 기존의 지출균형(Pay-As-You-Go) 법에 따라 향후 10년간 메디케어 예산 약 5,300억 달러가 자동 삭감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현실화될 경우 한인 등 노년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 교육 프로그램 축소

10년에 걸쳐 학자금 대출과 관련된 연방정부 지출을 3,300억 달러 삭감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최대 변화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했던 소득과 가구 규모에 따라 학자금 대출금 상환 규모가 정해지는 ‘SAVE’ 프로그램 등을 폐지하고, 새로운 소득 기반 상환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현실화되면 학자금 대출 채무자의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저소득층 대상 학자금 지원금인 ‘펠그랜트’ 수혜 자격을 강화해 학기당 이수해야 학점 기준을 대폭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종료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 구매자에 주는 최대 7,500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2025년 말에 종료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인플레이션감소법에 따라 전기차 구입 세액 공제는 2032년까지 제공될 예정이었으나 폐지 시한을 크게 앞당긴 것. 다만 아직 전기차 20만 대를 판매하지 않은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에 한해 2026년까지 1년 더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 규정을 포함시켰다.

■ 연방상원 처리 전망

연방하원 문턱을 넘은 대규모 감세 법안은 상원 처리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일부 상원 공화당 의원은 더 많은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고, 동시에 민주당은 사회복지 프로그램 대폭 삭감 등을 이유로 하원안을 강력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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