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양당제가 뿌리 내린 나라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정당정치를 경계했지만, 정치권은 연방당과 민주공화당으로 갈라졌다. 1800년 민주공화당 토머스 제퍼슨이 연방당의 현직 대통령 존 애덤스를 누르고 대권을 쥐면서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 후 200년간 공화·민주 양당은 서로 견제하며 미국 정치를 주도해왔다. 남북전쟁과 대공황, 베트남전쟁, 9·11테러 등 격동의 순간들을 거치며 양당은 정치노선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기본 틀은 유지했다.
그렇다고 제3당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전직 대통령이었지만, 공화당과 결별하고 진보당을 창당해 대선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득표율 27.4%로, 제3당 후보가 2위에 오른 유일한 사례다. 1968년 조지 월리스는 미국독립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남부 백인의 표심을 업고 5개 주를 휩쓸었다. 1992년 대선에선 무소속으로 나온 텍사스 부호 로스 페로가 선풍을 일으켰다. 전국 득표율 18.9%.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정당도 명멸했다.
제3당의 실패 원인은 다수대표제(소선거구 단순다수제)라는 정치제도에 있다. 이른바 승자 독식주의다. 패자는 존재감조차 없다. 공화·민주 양당은 각 주의 선거법을 자신들에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후보등록 요건, 정당 인증 기준, 방송토론 참여 기준도 양당 중심으로 설계돼있다. 또 다른 요인은 선거에 소요되는 자금이다. 선거는 돈과 직결된다. 게다가 양당은 정치자금과 조직, 로비 네트워크를 이미 갖추고 있다. 그 앞에서 제3당은 높은 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그 철옹성을 부수겠다고 나섰다. 그는 5일 신당 창당을 발표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창당 명분은 공화·민주 양당이 낭비와 부패로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것. 주된 표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1년 전만 해도 트럼프의 열렬한 후원자였고, 트럼프 취임 후엔 '퍼스트 버디'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주도한 감세 중심의 예산법안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 반대하며 등을 돌렸다. 이 법안은 머스크가 주도했던 정부효율부의 원칙과도 충돌했다. 그는 킹메이커에서 반란군으로 변신했다.
머스크의 성공 가능성은 냉정히 말해 높지 않다. 그는 '소수 정밀타격' 전략을 택했다. 상원 2∼3석, 하원 8∼10곳에 선별적으로 후보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선거는 지역조직이 핵심이다. 각 주의 선거법은 신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불리하다. 등록 요건부터 쉽지 않다. 진보 진영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는 자본과 소셜미디어 기반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머스크가 정치판을 흔들 가능성은 있겠지만,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