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마치 나를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보통 “제 얼굴이 평범해서요.”라고 어색함을 넘길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나를 정말 처음 보는 데도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은 비단 그 사람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최소한 한 번 정도는 가질 때가 있다.
이렇게 처음 보는데 마치 오래 전부터 이미 보았던 사람(旣視)으로 느낌을 갖는 것을 기시감(旣視感)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프랑스의 심리학자가 ‘데자뷰’로 사용한 단어이다.
이런 기시감, 데자뷰를 늘 가진 사람은 누구를 만나도, 또 어떤 상황을 만나도 그렇게 당황하거나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위험한 순간이나 힘든 상황을 만나도 이미 한 번은 경험한 것과 같은 그런 익숙한 마음을 갖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는 쉽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연구에 몰두하거나 어떤 관심을 갖는 일에 집중을 해서 그 목표를 이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마도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컬럼버스나 발명왕 에디슨, 그리고 오늘 날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전기차의 선두주자인 일론 머스크가 이런 종류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데자뷰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 긍정적인 요소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너무 일을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여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대인관계에서 단 한 번을 만나고 마치 오랜 친구같은 그런 마음으로 관계를 가지면 깊이 알지 못하면서 마치 영원히 변치 않을 그런 의리적 친구관계라고 착각할 수 있다. 이런 관계는 때로는 무례하고, 때로는 쉽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게 된다.
또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이 잘 될 것이라고 하면서 가볍게 여기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처음하면서도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해 본 것처럼 여기는 것은 상황에 따라 좋기도 하고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데자뷰와는 반대로 오래동안 알고 있었으면서도 마치 이전에 한번도 보지 못하고(未視) 지금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 생각할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미시감(未視感), 자메뷰라고 한다. 자주 다녔던 곳인데 마치 처음 가본 곳이라고 착각하는 심리감이 자메뷰이다.
이것은 정신적인 혼란을 겪는 사람에게 있을 수 있는 경우인데 지나친 경우에는 가족도 몰라보는 그런 중대한 아픔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렇게 자메뷰를 느끼거나 그런 느낌을 갖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항상 신중하고, 조심하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다. 아는 길도 물어가고, 돌다리도 두드려 가라고 하는 우리 속담처럼 이런 자메뷰의 느낌에 익숙한 사람은 그 어느 것도 장담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그럴 수 있다. 프로 운동선수들은 결코 한 게임을 잘했다고 해서 자랑하거나 다음 게임에 대해서 호언장담하지 않고 신중하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는데 익숙해 있다. 왜냐하면 경험상 그런 말과 태도가 결국 나중에는 경솔했다는 결과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많지만 어느 환자를 만나더라도 환자가 100 % 낫는다, 반드시 내가 고치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신중한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이지 못하는 모습이 비쳐질 수도 있다. 오래 사귄 친구가 어려운 일을 부탁할 때 마치 처음 보는 친구처럼 냉정하게 도움을 주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 그들의 인간관계는 서먹해질 수 있다. 이전에 말한 것을 잊어버리거나 또 이전에 상대방이 심한 상처를 주는 말을 했는데 잘 기억 못 할 때가 있다.
사람은 완전한 것 같지만 더 허물 뿐이다. 데자뷰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메뷰로 사는 사람이 있다. 처음인데 많은 것을 아는 것처럼, 또는 많은 것을 알면서도 처음 배우는 것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
데자뷰로 사는 사람도 멋있고, 자메뷰로 사는 사람도 멋있다. 단 허풍을 떨며 호언장담하는 식의 데자뷰보다 모든 것을 수용하는 데자뷰,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하는 그런 자메뷰가 아니라 나쁜 기억이나 과거는 잊어버리는 자메뷰로만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전천후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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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