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를 둘러보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린다. 탐방객이 빠지지 않고 가는 공간은 한국전통정원(별서정원)이다.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학문을 논하고 휴식과 풍류를 즐긴 부용지와 정자를 재현해 놓았다.
대통령기록관도 세종이기 때문에 들어선 기관이다. 내부는 석재, 외부는 유리로 마감해 독특한 인상을 풍긴다. 정육면체 외관은 국새 보관함을 형상화했다. 대통령기록물의 중요성과 영구성을 표현했다고 한다.
전시관은 역대 대통령이 남긴 문서와 집기, 업무 공간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준다. 각 대통령이 남긴 글귀(서예 작품)나 어록을 보면 당대의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다. 대개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외국 정상(혹은 대표단)과 교류하며 받은 선물을 모아 놓은 전시관이 눈길을 잡는다.
그리스 대통령의 금제 월계관, 영국 대사의 서재 모양 찻주전자, 몽골 대통령의 금제 황제 행렬, 남아공 대통령의 토속 인형 체스 세트, 인도 총리의 금장식 꽃문양 항아리 등 하나하나가 보물 같다. 각 나라의 전통과 중시하는 가치가 고스란히 읽힌다.
시 외곽 노적산 자락에는 우주측지관측센터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초정밀 우주측지기술을 구축·운영하는 시설이다.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 준성(퀘이사·광학적으로 별과 구별이 되지 않는 천체)의 전파를 지구상 두 지점 이상에서 동시 수신해 GPS보다 더 정확한 좌푯값을 제공하는 첨단 시스템(VLBI)을 갖추고 있다. 세계에서 16번째, 아시아에서 3번째다. 직경 22m, 높이 28m의 국내 최대 전파망원경이 단연 눈길을 잡는다. 우주나 천체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충분히 흥미로운 시설인데, 기본 지식 없이는 센터 명칭부터 전시 설명문까지 외계 언어처럼 생소하다. 해설 프로그램이 없어 더 아쉽다.
지난해 말 개관한 세종국립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를 동반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는 특별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 풍기는 고루한 느낌 없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로비 의자부터 알록달록 요란한 색상과 디자인이다. 전시실은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기보다 마음대로 뛰어다니며 오감으로 받아들이도록 설계해 놀이터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초등학생 저학년 이하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객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동서고금을 망라하고 세금을 달가워할 사람이 있을까. 국세청 건물에 문을 연 국립조세박물관은세금에 대한 이런 저항감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 납세자인 청소년에게 세금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세 행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의 장이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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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글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