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버튼 ‘비틀쥬스 비틀쥬스’로 개막
▶‘조커 2’ ‘마리아’ 등 21편 경쟁부문에
▶ 장혁 주연의 ‘아파트’ 이머시브 진출
제81회 베니스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마리아’에서 전설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를 열연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베니스 영화제 제공]
장혁 주연의 인터랙티브 스릴러 영화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 속 한 장면. [아리아 스튜디오 제공]
제8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개막, 21편의 경쟁부문 초청작들이 하나둘씩 베일을 벗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비틀쥬스’(Beetlejuice Beetlejuice)가 영화제의 화려한 막을 올렸고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심사위원장으로 제임스 그레이, 장쯔이, 앤드류 헤이그, 폰 하인츠 등이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폐막작은 푸피 아바티 감독의 ‘로르토 아메리카노’(The American Garden)이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높인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2’(Joker: Folie a Deux), 페드로 알마도바르 감독이 3년 만에 발표한 영화 ‘더 룸 넥스트 도어’(The Room Next Door), 안젤리나 졸리가 전설의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로 분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마리아’(Maria), 그리고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의 액션 코미디 영화 ‘울프’(Wolfs) 등이다. 한국 영화는 장혁 주연의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가 이머시브 경쟁 부문에 유일하게 초청되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1988년 ‘비틀쥬스’(유령수업)에서 독특한 영상미의 고딕 호러 장르를 선보인 팀 버튼 감독이 36년 만에 선보인 속편이다.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를 소환하는 반항적인 십대 아스트리드를 제나 오르테가가 연기하고 위노나 라이더가 가족 비극을 겪은 후 여전히 비틀쥬스에 시달리는 엄마 리디아로 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로 Z세대를 사로잡은 독특한 배우 제나 오르테가의 활약이 판타지 호러를 실감나게 한다.
컬트 클래식팀 버튼 감독의 전작 ‘비틀쥬스’는 아날로그 특수효과로 세트, 소품 등 미술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블루 스크린 합성기법을 사용한 B급 공포 영화 이미지로 유명하다.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시키는 집과 저승 사무국을 연결하는 통로의 문, 아담 부부 사후를 보여주는 모래벌레의 사막 풍경은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의 광기와 공포를 코믹하게 과장했다.
이번 주말 극장가의 화제작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팀 버튼의 고딕 호러 이미지에 판타지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결합됐다. 모니카 벨루치, 윌렘 데포 등이 합세해 팀 버튼의 팬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 뮤지컬·오페라 드라마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 2’(Joker: Folie a Deux)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과 그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껴 망상을 공유하는 할리 퀸(레이디 가가)의 이야기다. 부제인 ‘폴리 아 되’(Folie a Deux)는 프랑스어로 ‘두 사람의 어리석음’을 의미하는데 심리학 용어로는 ‘공유정신병적 장애’다. 제76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어 오스카 수상 영화 ‘조커’(Joker)의 속편으로 뮤지컬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게 될지 궁금한 영화다.
안젤리나 졸리가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로 분한 파블로 라라인의 ‘마리아’는 베니스 영화제 관객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다. ‘세기의 프리마돈나’ 마리아 칼라스의 오페라에 대한 열정,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열애와 파경, 그리고 1977년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약물중독과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를 다룬다. 마리아 칼라스의 빼어난 외모와 카리스마, 예술적 성취가 실존 인물의 생애를 그린 전기영화 연출로 유명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과 안젤리나 졸리의 성숙해진 연기로 감동을 선사한다.
■ 할리웃 명배우들 총출동, 정호연도
스페인 감독, 각본가, 작가인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더 룸 넥스트 도어’(La habitacion de al lado)는 알모도바르의 첫 영어 장편 연출작이다. 서툰 엄마이자 종군기자인 마사와 그를 원망하는 딸 사이의 불화, 마사(틸다 스윈튼)와 작가 잉그리드(줄리언 무어)의 관계를 다룬 드라마 영화다. 영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명감독 존 왓츠의 액션 코미디 ‘울프’에는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론 하워드 감독의 서바이벌 스릴러 ‘에덴’에는 주드 로, 아나 드 아르마스, 시드니 스위니 등이 출연했다. 브래디 콜벳 감독의 드라마 ‘더 브루탈리스트’에는 전쟁 후 건축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토스역으로 애드리언 브로디가 펠리시티 존스, 가이 피어스와 함께 열연했다.
한편,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케이트 블란쳇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 애플TV+시리즈 7부작 ‘누군가는 알고 있다’(Disclaimer) 프리미어에는 한국 배우 정호연이 레드카펫에 등장해 환호를 받았다.
■ 채수응 감독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
인터랙티브 스릴러 ‘아파트: 리플리의 세계’(In the Realm of Ripley)는 기억 보존 시스템 ‘마인드 업로드’가 상용화된 2080년, 과거 2009년에 벌어졌던 미제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뇌사 상태에 빠진 소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단서를 찾아내려는 형사의 이야기다. ‘리플리 증후군’ 현상을 겪는 소년의 왜곡된 기억 너머에 있는 진실을 파헤쳐가는 영화로 배우 장혁, 문주연, 송재희, 요요, 조윤서가 열연을 펼쳤다.
관객의 선택이 스토리 전개에 영향을 주는 인터랙티브 영화로 상영시간은 55분이다. 채수응 감독은 지난 2018년 ‘버디 VR’로 베니스 이머시브 경쟁 부문 최고상인 최우수 VR 체험상을 수상했다. 이머시브 경쟁 부문은 가상현실(VF) 기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확장 현실(XR)을 표현한 작품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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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