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베이비 키우기’(Bringing Up Baby·1938) ★★★★½ (5개 만점)
▶ 로맨틱한 커플을 주인공으로 제 정신 아닌 사람들로 그려
▶ 자유롭게 작품을 이끌어가며 넌센스를 연속으로 지어내
스크루볼 코미디의 최고 걸작중 하나로 이 장르의 특색인 황당무계한 플롯이 정도를 지나쳐 정신병자가 쓴 것 같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터무니없고 뒤죽박죽이다. 스크루볼 코미디의 매력은 바로 이런 넌센스에 있는데 하워드 혹스 감독은 찰떡궁합을 이루는 로맨틱 커플인 케리 그랜트와 캐서린 헵번 등 작중 인물들을 모두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로 그려놓았다. 혹스는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방기하다시피 자유롭게 작품을 이끌어가면서 넌센스의 연속을 지어내고 있는데 어찌나 우스운지 요절복통할 지경이다.
자유분방한 백만장자 상속녀 수전(헵번)의 애견 아스타가 수줍음 타는 고생물학자 데이빗(그랜트)이 연구하는 공룡의 뼈를 물고 내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자신의 중요한 연구 업적 중 하나인 공룡 복원에 있어 필수적인 이 뼈를 회수하려고 데이빗은 아스타를 추적, 수전이 있는 코네티컷 농장에 도착한다.
수전은 데이빗에게 첫눈에 반해 약혼한 데이빗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온갖 술수를 부리면서 공격하는 여자와 이를 방어하는 남자가 빚어내는 코미디가 점입가경에 들어간다.
여기에 수전의 애완용표범인 베이비와 동물원에서 탈출한 사나운 표범까지 인간들의 난리법석에 동참하면서 영화는 요란한 대사와 폭소와 추적과 도주로 이어진다.
결국 데이빗과 수전은 하나가 되면서 해피엔딩인데 마지막에 데이빗이 공들여 복원한 거대한 공룡의 뼈들이 무너지면서 두 사람도 함께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장면이 이 코미디의 절정을 이룬다.
시종일관 즐겁고 재미있는데 따끈따끈하고 진행속도는 쏜살같으며 주 조연 등 배우들의 연기는 날렵하고 흥분해 있다. 헵번의 첫 코미디로 천재적 연기파인 헵번은 신이 나서 코믹한 연기를 보여줘 코미디에 달통한 그랜트를 압도하는데 헵번은 촬영 도중 즉흥대사를 구사해 영화에 그대로 시용되기도 했다.
헵번은 또 베이비가 냄새를 맡고 즐거운 기분이 나도록 자기 몸에 향수를 잔뜩 뿌리는가하면 실수로 넘어져 베이비를 놀라게 할까봐 구두 밑창에 나무진을 바르고 연기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헵번과 그랜트가 공연한 4편의 영화 중 두 번째 것으로 1972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라이언 오닐 주연의 ‘와츠 업 닥?’이라는 이름의 신판이 만들어졌다.
하워드 혹스 감독은 전천후 감독이라는 말을 들었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든 뛰어난 감독이었다. 대표작으로는 ‘스카페이스’ ‘신사는 금발을 좋아 한다’ ‘새벽 정찰’ ‘깊은 잠’ 및 ‘레드 리버’ ‘리오 브라보’ ‘하타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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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