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국립미술관을 가다 ③
▶ 내달 8일 개막…130여점 선보여
클로드 모네의 ‘인상, 일출, 1872년’ (‘인상파’의 이름이 나오는 계기를 마련한 작품)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파리 1874년, 인상주의의 순간’ 전시회가 곧 열린다. 기간은 2024년 9월 8일부터 2025년 1월 19일까지. 이번 전시회는 150년 전 살롱전 출품 작품들을 포함, 약 130여점의 회화 및 조각이 전시될 예정이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과 워싱턴의 국립미술관 등 오직 두 곳에서만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이제 워싱턴 전시회만 남았다. 인상주의란 1874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근대 미술 사조를 말한다. 19세기 말 프랑스는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겪게 된다. 산업 혁명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미술학교 학생들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형식적 기법에 반발했다. 당시 튜브에 담긴 휴대용 유화가 발명되며 화가는 야외에서 쉽게 작업할 수 있었다. 실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빛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새로운 방법을 실험한 것이다. 그리고 열린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는 세계 미술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 운동에 앞장 선 화가는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에드가 드가, 알프레드 시슬레 그리고 여성 화가인 베르트 모리조 등이 있다. 이후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폴 고갱, 조르주 쇠라 등의 화가가 후기 인상주의 화가로 합류했다.
현재 워싱턴 국립미술관에는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장돼 있다. 고흐의 회화 작품은 10점, 스케치는 11점을 소장하고 있고, 클로드 모네의 회화 작품은 27점, 스케치는 2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드가, 르누아르, 피사로 등 수많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 더하여 오르세 미술관에서 전시됐던 희귀한 작품들이 곧 워싱턴에서 선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술 애호가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빅 이벤트인 것이다. 파리 전시회에서는 17.5유로의 입장료를 받았다. 워싱턴은 무료입장이다.
이번에 전시될 그림 중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는 모네의 1872년 작 ‘인상, 일출’이 있다. 이 그림은 해가 떠오르는 인상을 모네가 재빠르게 붓질한 것으로 ‘인상파’라는 화파의 이름이 나오게 만든 중요한 작품이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1874년 작 ‘특별 관람석’도 중요하다.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은 앞을 바라 보고, 남자는 망원경을 통해 무대를 바라보는 이 작품도 1874년 파리 전시회에 출품했다. 에드가 드가의 1869년 작 ’시골의 경마장에서’란 작품도 전시된다.
경마는 드가가 가장 좋아한 주제 중 하나였다. 그는 경마장을 자주 찾아 말과 기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탐구했다. 이 작품은 미국의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보스톤 미술관 소장품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각지에서 모아 전시하는 것이다.
국립미술관에는 클로드 모네의 루앙 대성당을 그린 30여개의 연작 작품 중 두 점이 전시돼 있다. 모네는 1892년 부터 1893년 사이 성당 앞 아파트를 임대하여 루앙대성당을 화폭에 담았다. 그가 피사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대기의 움직임과 빛이었다. 후에 그는 지베르니 스튜디오에서 대성당 연작을 완성했다. 그 중 20점은 1895년 파리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져 그 중 8점은 전시회가 끝나기도 전에 팔려 나갔다.
전시관에 있는 고흐의 작품을 보면 왠지 모르게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나는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암스테르담, 헤이그, 안트베르펜, 아를, 오베르 쉬르 우아즈 마을 등을 방문했다. 그 중 오베르 마을에서는 고흐의 무덤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트릴 뻔 했다. 고흐가 묻힌 묘지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초라했기 때문이다. 고흐는 생전 팔리지 않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이렇게 편지에 적었다. ‘내 그림이 팔리지 않는 것은 나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언젠가 내 그림이 물감 값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의 작품은 경매에 나왔다 하면 기록적인 가격을 경신한다. 2022년에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이프러스가 있는 과수원, 1888년’이란 작품이 1억 1,720만 달러에 낙찰된 바 있다. 고흐는 37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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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