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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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의 유혹

2024-07-14 (일) 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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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보라색으로 피어있는 꽃
엉겅퀴 곁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잔잔한 물속의 구름 한 점 따라온
둥근 해가 꽃의 얼굴을 건드릴 때
고개 숙인 부끄럼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 검붉은 나비가 다가왔습니다
두 개의 눈은 가시 달린 꽃의 마음을 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가냘픈 옷깃을 열고 꽃술을 안으며
몸살하는 나비의 하얀 꿈을 바라볼 때
푸른 하늘을 품고 뛰어오르는 물고기
떨어지는 물방울이 초록잎을 건드립니다
햇빛 빨아들이는 분주한 풀잎들
조용한 숨결소리가 들려옵니다
먼 고향의 파도소리처럼
꽃 속에 숨어드는 매미의 울음소리
잔잔한 물속에 출렁입니다
이따금 새들이 호수를 안고 날다가
꽃노을에 눈이 부시어 떨구는 곡예를
바라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총총히 맺혀있는
연못가 꽃잎을 물고 가는 새의 눈을 따라
호수에 떠있는 거위 한 쌍
여섯마리 새끼들의 뒤를 따라 갑니다

<이중길 은퇴의사 /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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