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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길

2024-07-14 (일) 허종욱 전 한동대 교수 사회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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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카톨릭 교인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개신교 교인(장로교)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직 대통령 사이에 벌어진 첫 TV토론을 시청했다. 2020년 두 후보 사이에 벌였던 TV토론과 비교해 볼 때 현격한 차이점들을 직감할 수 있었다.

첫번째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토론에 임하는 각 후보의 태도 차이다. 2020년 토론 때 흥분하면서 거친 막말을 퍼부었던 트럼프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아주 여유만만하고 침착한 태도를 보여준 반면 바이든 후보는 침착하고 논리정연하게 전개했던 첫번째와는 달리 이번에는 당황하는 모습과 목쉰 소리로 여러 번 말을 더듬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82세 바이든과 78세 트럼프 사이의 이번 TV토론은 TV토론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후보들 간의 대결이었다. 두 후보들의 나이 문제는 이미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큰 걸림돌이 된다는 여론이 만연하고 있었다. 트럼프 후보보다 네 살이 위인 바이든 후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 토론이 끝난 후 지금까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바이든 후보의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우려하면서 후보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후보는 대통령직 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지금에 와서 어떻게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느냐는 이유로 계속 지지하겠다는 민주당 주지사들, 의원들과 의견대립을 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후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1960년 9월 26일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와 리차드 닉슨 공화당 후보 사이의 역사상 첫 대선후보 TV토론이 있었다. 케네디 후보는 43세, 닉슨 후보는 47세,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후보에 비하면 정말 청년 후보 간의 토론이었다.

닉슨은 수십년의 하원과 상원의원 생활을 거쳐 아이젠하워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재임 상원의원 케네디 후보에 비하면 훨씬 유리한 입지를 갖고 있었다. 더군다나 케네디 후보는 미국 대통령 후보 가운데 첫번째 카톨릭 교인이며 43세라는 최연소 후보였다. 네 번에 걸친 토론 가운데 첫번째는 미국 인구 3분의 1인 7천만명이 사상 첫 대선 TV 토론을 청취했다. 참신하고 젊음이 넘쳐흐르는 케네디 후보는 우렁차고 또렷한 목소리로 피곤하고 창백해 보이는 닉슨 후보를 압도했다. 결과는 미국 최초 카톨릭교인이며 가장 젊은 미국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지난 5일 저녁 22분간 진행된 ABC TV의 바이든과의 인터뷰도 시청했다. 나의 관심을 끈 질문은 “고령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위해 인지력 검사를 받을 용의가 있느냐?”였다. 이 질문에 바이든 후보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매일 인지력과 신경검사를 받고 있다”며 “누구도 내게 인지력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앞으로 4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 예리함과 체력을 모두 갖고 있으며 후보를 물러설 의향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만약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려오라고 하실 때 물러나겠다”고 말을 이었다.

바이든 후보는 주관적으로 건강에 자신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주관적인 생각은 지금까지 비쳐진 증거들로 봐서 여론을 바꾸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객관적인 입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지력 검사를 받아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길이 자신의 후보 입지를 유지 할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허종욱 전 한동대 교수 사회학박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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