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슬린 파커 칼럼] 바이든의 문제 - 백악관의 두 여인

2024-07-10 (수) 캐슬린 파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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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립기념일은 썰렁하게 지나갔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축하할만한 일이 없다. 민주주의는 경매장에 매물로 나왔고, 두 명의 대통령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사상 최악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으며, 대체 시나리오는 혼란과 종말의 날(doomsday) 사이를 오간다.

이렇듯 유동적인 상황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일일이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와 가진 첫 대선 TV토론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새삼스레 대두된 조 바이든의 인지력 장애 논란부터 짚어보자. 민주당 진영은 토론 이전에 바이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전혀 몰랐던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정말 몰랐을까? 세 번째 대권에 도전했던 2020년에도 바이든의 상태는 완벽하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의 바이든은 지금보다 활기찼고 자신감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취임후 두달 뒤인 2021년 3월, 워싱턴포스트지에 그의 고령을 일깨워주는 기사가 실렸다. 1면 상단에 게재된 기사에는 “바이든, 전용기 탑승하다 세 번 미끄러져”라는 머리기사 아래 “백악관, ‘강풍에 발 헛디뎠다’고 해명”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TV 토론 시청자들은 바이든의 불안정한 상태를 똑똑히 보았다. 그는 토론회장의 주변상황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했고, 답변을 할 때에도 알아듣기 힘들만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필자는 그의 후두엽과 방추형, 해마와 측두회 사이의 상호교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바이든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토론을 마친 후 대통령과 영부인이 기자들 및 민주당 지지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는 보기 민망하다. 마이크를 잡은 질 바이든 여사가 남편을 바라보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어르듯 “답변을 정확하게 잘했다”고 추켜올리자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회의실 한 구석에 서있던 대통령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어 관중을 향해 돌아선 질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는 오늘 무엇을 했느냐”고 물은 뒤 “거짓말만 늘어놓았다”고 스스로 답했다. 그녀에게도 멋쩍고 어색한 순간이었다.

질 바이든은 2021년 남편을 따라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지금 그녀는 남편의 대선 후보직 사퇴를 극구 만류하고 있다. 고령에 덜미를 잡힌 남편과 함께 델라웨어로 낙향하길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그녀가 마주한 현실이다. 남편은 이미 나이에 사로잡혔다. 삽시간에 들이닥치는 무심한 세월은 이전에 활동적이고 지적이었던 한 남성을 문가에 주저앉아 빚살 속에 춤추는 티끌을 바라보며 흡족해하는 낯선 이방인으로 바꾸어 놓는다.

우아한 백악관 관저, 입안의 혀처럼 움직이는 스탭과 스타일리스트, 유명 잡지의 표지사진 등 영부인에게 주어지는 지위와 특권을 마감하는 자정의 종소리를 두려워해선 안된다. ‘신데렐라’는 한시적 지위를 잃은 모든 영부인들을 위한 이야기다.

이제 트럼프 진영으로 가보자. 최근 중범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는 TV 토론에서 바이든에 비해 선전했다. 팩트체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보다 훨씬 많은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 정신이 또렸했고, 비교적 절제된 모습이었다. 이전과 달리 거친 입의 수문을 조절하는 대신 “맥빠진” 상대를 세차게 몰아세우며 전과 다름없이 뒷골목 불한당의 면목을 과시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단박에 알아챘듯 바이든은 청중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언어를 조합하지 못했다. 때때로 자신의 현위치를 알려줄 머릿속의 GPS를 애타게 찾아 헤매다 미궁으로 빠진 듯 아득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지난 3년 반동안 필자가 줄기차게 말했듯 지켜보기조차 괴로운 모습이었다.

카말라 D. 해리스 부통령 억시 의사표현이 매끄럽지 않다. 치렁치렁한 문어체인 해리스 부통령의 난해한 연설을 듣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역이다. 그녀는 죽은 자들과의 대화 모임을 인도하는 심령술사의 말투를 구사한다. 지난해 하워드 대학에서 한 연설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본인은 이미 여러분들이 숱한 훌륭한 지도자들에게서 들었듯 매 순간에, 그리고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존재하고 현존하는 이 순간을 직시하고, 그것을 개념화하며, 우리가 존재하는 역사속의 바로 이 순간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 과거는 물론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가 가는가?

소셜미디어 X에 나도는 해리스의 4분짜리 비디오는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녀가 너무도 좋아하는 듯한 구절을 조금씩 변형시켜 염불 외우듯 반복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필자는 “과거의 부담에서 벗어나 미래의 가능성으로”라는 구절을 해리스가 4분 동안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세어보지 않았지만 자신마저 염증이 났을 상투적인 어구에 극적인 진지함을 주입한 그녀의 능력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토론 참패의 후폭풍에 휘말린 바이든이 자신의 거취를 저울질하기 시작하면서 민주당의 대선후보 티켓이 해리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필자는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원래의 각본대로 원활하게 진행되기보다 혼란이 따르더라도 현장에서 대의원들이 직접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길 원한다.

카말라 해리스를 대통령답게 보이도록 만들려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토론 참패 이후 두 차례 TV에 출연해 미리 준비된 성명을 발표한 후 급히 자리를 떴다. 형이상학적 언어를 선호하는 그녀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백악관이 통제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켜보라. 카말라 해리스가 최초의 남아시아계 흑인 여성 부통령이기 때문에 - 너무도 분명한 한가지 사실을 입에 올리는 용감한 민주당 인사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해리스는 버락 오바마가 아니다.”

이 나라를 위해, 필자는 해리스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의 소유자이길 바란다. 또한 대통령의 품위가 조금이라도 덜 손상된 상태에서 고령의 조 바이든을 델라웨어의 고향집으로 모시고 싶다. 그러나 “해리스가 나섰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해리스 때문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힘들다.

<캐슬린 파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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