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UFO 관련 자료 공개 임박
2026-05-07 (목) 12:00:00
양홍주 한국일보 논설위원
미확인비행물체(UFO) 목격담에는 대체로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동 방식이 등장한다. 관성의 법칙을 뒤집는 직각 회전비행과 순간 정지 능력에 놀랐다는 증언들인데, 음속 수백 배 속도로 날던 비행체가 마치 ‘못이 박힌 듯’ 갑자기 멈췄다는 식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비행체와 기체 내 조종사는 중력등가가속도를 견디지 못해 휴지처럼 구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정말 극도로 진보한 외계문명 산물이라면 얘기는 다르겠지만 말이다.
■ UFO 목격담은 과학상식과 동떨어져 보통 흥밋거리로 돌다 사라진다. 그런데 가끔 여기에 무게가 실리고 정치적으로 소비될 때도 있다. 미국 대통령 혹은 후보가 관련 자료 공개를 천명하는 경우들이다. 지미 카터는 1969년 직접 UFO를 목격했다고 신고한 적이 있는데 이후 선거운동 때 대대적 정보 공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빌 클린턴도 전격적으로 ‘외계 기술’ 조사를 명령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미 대통령이 UFO 이슈를 대중화한 사례는 많지만, 제대로 정체를 공개한 적은 없다. 카터는 이후 대단한 게 없다고 털어놨고, 역시 UFO 공약을 내세웠던 힐러리 클린턴은 당선에 실패해 공개 기회조차 없었다. 미 대통령들의 과거 UFO 발언이 다시 입길에 오른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자료 공개 계획을 밝히면서다. 최근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들을 만난 트럼프는 이를 약속하면서 “그(UFO) 현상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트럼프 공언이 흥미롭지만, 경천동지할 뉴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만약 UFO 존재를 실증할 자료가 나온다면 이는 기존 물리법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세계를 대혼란으로 몰아갈 수 있다. 뭔가 확인했더라도 공개할 리 만무하다. 그저 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심을 피할 그럴듯한 ‘예능쇼’를 준비하는 것 같다. 세계적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시민 감시가 소홀하고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지도자들의 비과학 몰이가 거세진다고 했다. 그가 유작으로 경고했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은 끊임없이 위세를 떨치는 중이다.
<양홍주 한국일보 논설위원>